20070115
귀찮음의 대가(대까)
일찍 일어나 움직이기 귀찮아 매일 마음 졸이며 출근하고
사람들 연락하기 귀찮아 새해인사도 잘 안하고 여자친구나 겨우 만나고 지내서 극도로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씻기 귀찮아 이도 안 닦고 잘 때가 자주여서 이는 점점 썩어가고
공부하기 귀찮아 안 해서 사람이 발전 없이 항상 그 모양이고
내게 숨겨진 능력과 재능을 개발하지 않아 도무지 뭔가를 이뤄놓은 게 없고
추울 때 한 겹 더 입기 귀찮아 얼어 디지게 춥고 나서야 후회하고
취직하기 전에 연봉이나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았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집 가까운데서 일하다가 이제 후회하고 있고
이십대 후반이 다 되었는데 귀찮아서 면허 안 따서 면허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자리도 못 구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 모든 대가를 감수할 만큼 귀찮아하는 것은 정말 끝내주게 짜릿하고 도저히 멈출 수 없을만큼 황홀하고 끊을 수 없이 중독적이라는 것이다.
난 그 대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귀찮음의 쾌락을 감싸안은 것이다.
온 힘껏 껴안아서 내 안에 퍼져들어와 하나가 될 때까지.
20070108
주일 낮에 찍은 맘에 드는 눈 덮인 풍경 사진
집에서 늦게 나와서 교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배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도 뛰지 않고 걸어가다가 이 눈 덮인 풍경을 찍었다. 그것도 한장은 자동 모드로 찍고 또 한장은 설경 모드로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설경모드로 찍은 게 더 맘에 들어서 다른 한 장은 지워버렸다. 예배시간에도 늦고 또 그래서 성가대에도 못 서게 되었지만 이 사진을 찍은 것은 마음에 든다.
버스를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의자에 앉지 않아서 자리는 많았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잠깐 앉았는데 역시 엉덩이가 무척 차가웠다. 그래서 엉덩이를 떼고 시린 발 때문에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잠바에 달린 모자를 쓰고 버스 정류장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무기력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았다갔다 하면서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는 게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추운데서 벌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난 요즘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가 돌아보기도 하고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교회에 도착해서 내 친구 옆에 앉았는데 그 친구도 성가대였다. 녀석은 예배에는 늦지 않았지만 성가대에 참석하려면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예배가 끝나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친구도 나도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지금 다니는 직장이 아주 힘든 것은 아니지만 월급이 너무 적고 또 더 오를 것 같지도 않고 내게 더 이상 발전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나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꿈이 없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목사님이 나랑 친구랑 얘기하는데 둘이 어서 장가가라고 하셨다. 난 그러겠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돈도 없고 하나도 준비한 것도 없고 정신적으로 내가 한 가정을 이룰 정도로 성숙한 사람인지 확신도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결혼을 꼭 하는 거라면 빨리 하고 싶었다.
걸혼도 하고 싶고 어떤 집사님이 스키장에 놀러 가자는데 그런 제안 뿌리치지 않고 내키는 데로 놀러갈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고 내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바라는 것은 많은데 그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로서의 노력은 하는 게 없었다.
이번 주말까지 일 그만두고 새로운 일 구하는 거랑 또 목표나 꿈이나 비전 같은 것 생각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주말 전이랑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이 똑같이 고민만 하고 있다. 기도하라고 하신 하나님께 기도해야겠다. 어떻게든 하실 것이고 내가 잘못하면 바로잡아 주실 것이고, 잘 되면 좋은 거지 뭐.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책을 여자친구가 먼저 읽고 이번에 내가 받아서 두고 조금씩 읽다가 다 읽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배우자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같은 비젼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서러 도우면서 함께 살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혼자서든 둘이 함께든 꿈, 비젼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
이 글 올리고 컴퓨터를 끄고 불도 끄고 자리에 누워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꿈을 찾게 해 달라고 나를 써달라고 기도해야겠다. 너무 빨리 잠들면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냐? 불 끄고 누워서 기도하겠다는 건 너무 안일하고 내게 편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게으르게 지으시고도 나를 어딘가 써 주시겠지. 하나님 덕분에 나는 걱정도 하다 말아버린다. 미안하기도 하고 또 많이 고맙다.
20070106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
남 : 널 사랑해서 널 놓아주는 거야.
여 :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그런 말 하지마. 그게 말이 되니? 정말 날 사랑하면 날 안떠나면 되잖아. 차라리 내가 싫다고 그래!
남 :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그래. 사실 니가 싫어져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여자는 그때서야 사람들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헤어지기도 하는지 이해하고 말았다.
Blogged with Flock
20070102
나무에 걸려있는 쓰레기 봉투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 찍어야만 한다.
다만 왜 이것을 찍어야 하고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한다.
요즘의 내 삶을 단번에 표현하는 것과도 같은 그런 사진이다.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왜 그러는지도 모르게 시간만 지나는 느낌을 저 사진에서 느낄 수 있다.
나만 그런 건가?
요즘 느낌을 저 사진에 우겨 넣은 건가?
난 이렇게 약간 어두운 사진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