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9

사람의 쓸모

지구에는 인간도 살았다. 그게 문제였다.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기타 이런 저런 것들이 많이 살았지만 그들과 함께 인간도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환경은 오염되었고 또 시끄러워졌다. 이를테면 전철에서 아이가 뛰돌아다녀서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아이가 멋대로 울어서 시끄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지구를 지켜보는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주 가끔 지구에 그들이 찾아올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식물 채집이나 수해복구인원보충 등의 이유였다. 가끔 생활을 비관해 자살하려는 사람 옆에서 함께 고민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잠깐 방문했었고 지구에 그들이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원하지 않았었다.

인간들은 늘 하던 대로 자신들을 위해 살았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서 일하고 누군가는 돈이 많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고 누군가는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자는게 가장 행복하다 여기고 누군가는 붐비는 전철에서 이성의 몸에 닿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버릇없이 자란 어떤 아이가 전철에서 돌아다니가 한 소리 듣고 멋대로 울 때 그들이 출동했다. 그 순간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꼭 그 아이가 우는 것이 시끄러워서 그들이 나선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그 아이의 울음소리때문에 지구에 왔다고 하더라도 그건 핑계일 지도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아이는 주위사람들이 상당히 짜증스러울 정도로 시끄럽게 울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갑자기 이곳 저곳 모든 곳에 나타나서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전세계에서 무작위로 한 20명쯤만 남겼다. 지구인들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에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환경이 오염되고 생물의 개체수가 줄고 쓰레기가 넘쳐나던 것이 그제서야 그쳤다. 그들은 특히 식물을 사랑해서 사람들의 시체를 식물 근처에 잘 파묻어 주었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보다 그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그들은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사람의 시체를 파묻다가 쉬는 시간에 땀을 닦고 야참을 먹는 그들의 얼굴에는 보람찬 노동의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들중의 학자들은 20명쯤 남은 인간들을 데려가서 몇년간 연구를 하며 인간의 새로운 쓸모를 찾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가죽은 질기지 않아서 가방같은 제품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인간의 몸에서 나는 액체나 배설물도 전혀 쓸모가 없었다. 뼈는 조금 단단했지만 그들은 이미 그것보다 더 단단한 것을 만들 수 있었고 애완용으로 키우기에는 말을 듣지 않아서 소용이 없었고 역시 말을 듣지 않아서 탑승용으로도 적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들의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한채 몇년이 지나갔고 점점 인간들에게 흥미를 잃어갔다.

그런데 그들중의 하나는 아직 인간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여기는 자가 있었다. 그는 모험심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했으며 특히 사는 즐거움의 상당 부분이 먹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이상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인간들을 거저 얻어서 자신의 집의 지하실에 보관했다.

그는 먼저 한 여자아이를 잡아서 죽였다. 그가 그 여자아이를 택한 것은 자꾸 울어서 시끄러워서였다. 그들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육류 손질법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여자아이의 신체 부위부위의 맛을 세심하게 음미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무척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먹은 부위와 조리법에 따른 다양한 맛을 세밀하게 적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 새로운 맛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게 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인간의 육류로서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맛의 탐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성장기가 아닌 다 자란 인간의 부위별 맛을 알아보기 위해 택한 것이 가슴이 큰 젊은 여자였는데 그는 그 문제의 가슴부위를 또 하필이면 잘라서 날로 먹다가 그만 실리콘이 터져서 식도가 막혀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정부에서는 인간들을 전부 회수해서 가져갔고 여론과 잠정적인 생물학적인 위험을 고려해서 남은 인간들을 전부 도살해서 지구의 식물 근처에 묻기로 했다.

그들의 어느 신문사에서는 "인간, 참 쓸모없는 생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으며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 더욱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하다는 말은 지금 나에게는 한 줄이라도 더 써보는 것을 말한다. 기껏 냉장고에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카스테라가 되는 거야. 갑자기 기린은 왜 나오는 거야. 너구리가 등 밀어주면 위로가 되냐 하면서도 자꾸 손에 집어들며 드는 생각은 나도 쓰고 싶다는 것이다. 나도 뭔가 말도 안 되는데 읽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20071007

지구 구하기(가제, 시놉시스)

지구에 사는 인간이 지구를 지나치게 망가트려 지구를 해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여기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들은 인간을 멸종시키고 일부의 표본들을 남긴다. 인간을 연구하던 외계 연구가들 중 인간의 식용으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보던 한 미식가는 인간을 부위별로 먹다가 인간의 보형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래서 그 외계의 정부에서는 인간을 먹는 것을 금지시시킨다. 인간에 대한 연구도 더 이상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결국 남은 인간들도 모두 폐기시키기로 한다.

도와 주세요.

나에게도 희망이 있나요?
나도 쓰임받을 수 있나요?
나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나요?
저 스스로는 자신이 없어요.
저를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