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9
자랑질
20080517
열심히 연습했다는 운동선수
여자친구를 집에 모셔드리고 오면서 디엠비로 라디오를 듣는데 누군가가 나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으니 다른 종목에서도 이렇게 연습했으면 잘 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검색해서 알아보니 핸드볼 선수 임오경이라고 한다. 그가 말한 열심이란 단어의 무게가 날 잠시 숙연하게 했다.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과 열정을 훈련에 쏟아부었을지 짐작만 해도 지치는 느낌이다. 난 내 지난 날들중에 열심히 했던 '순간'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내 몸과 마음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몸을 사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가벼워진 내 삶은 그렇게 가볍게 어디론지도 모르게 떠다니고 있는 중이다. 열심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잠시 담아두기도 부담스러워서 난 그와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며 나를 더이상 힘들게 하지 않기로 했다. 몇 십년 후에 누군가가 또 열심이란 단어를 말한다면 그때는 그 단어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나를 좀 더 짓누르도록 둘 것 같다.
20080514
20080511
나의 작은 손에 쥐어진 누군가의 보물
직원 야유회에 가서 보물찾기 시간이 되자 모두 보물 찾으러 나섰는데 나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다녀왔다. 보물엔 별로 관심이 없어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지만 수선생님들이 마땅찮게 여기리란 염려 때문에 천천히 보물찾는 장소로 나갔다. 보물을 찾는 둥 마는 둥 하며 여기 저기 뒤적이며 지나가는 아는 사람에게 보물 몇 개 찾았나 물어가며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돌 밑에 작은 하얀 종이 접힌 것을 발견해서 펴보았다. 네모난 작은 종이에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복"이라 써 있었다. 느낌이 석연치 않아 다른 사람들이 찾은 보물과 비교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찾은 것은 녹색의 커다란 것이었다. 그 보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걸로 선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나에게 찾아진 그 보물이 버려지지 않았다. 상품으로의 교환 가능 여부가 보물의 가치를 전부하지는 않는다. 엉뚱하게 찾아든 그 보물처럼 엉뚱한 곳에서 내가 누군가의 보물이 되는 꿈을 꾸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고 내 존재가 기쁨이 되는 행복한 순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 위에 놓고 보고 있으니 정말 보물이었다. 자꾸 만지작거리자 점점 구겨져서 더 이상 구겨지지 않도록 핸드폰 과 투명 케이스 사이에 살짝 끼워 놓았다.![]()
비어 있는 배와 허전한 마음
비어 있는 배와 허전한 마음으로 거리를 나서다.
모든 음식들이 맛있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작은 손길과 잠깐의 눈빛 하나하나가 촉촉히 내 마음에 닿는다.
20080424
아주 오래전에 발명된, 차기작이 나오지 않는 궁극의 영상입력장치
20080422
먹어 보자.
20080407
패배자와 승리자의 대화
나도 그래. 공부 하는 거 정말 싫어.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그게 정말 공부를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럼. 하면서도 아 이거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고.
아니야. 그건 정말 싫어하는 거라고 할 수 없어. 꼭 해야하는 일인 걸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다음에도 또 이러리라는 확신이 들어야 정말 공부를 싫어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넌 할 건 다 했었잖아.
그건 그렇지.
그건 싫어하는 게 아니야. 공부가 네 삶의 일부가 되도록 방조하지 못해 오히려 협조한 거라고.
그렇구나. 내가 공부를 싫어하는 마음이 많이 부족했구나.
넌 적과 내통하면서도 적과 열심히 온 힘을 다해 투쟁중인 자와 어울리려고 했던 거라고 그건 욕심이 지나친 거야. 이제 나를 떠나서 이겨내고 승리한 사람들과 함께 해 그게 너와 어울려.
너 너무 지나치게 예민한 거 아니야?
그냥 가
안녕.
20080301
만성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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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나의 아량
난 칫솔질을 한 지 꽤 되어 칫솔질을 하려는데 먹을 것이 눈에 띄어 조금씩 먹느라고 칫솔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다 먹어야 칫솔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음식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 음식물에 이끌리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음식물 섭취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고 음식물 섭취를 중단했다. 그제서야 칫솔질을 할 수 있었다.
혀로 금새 닦은 이를 더듬었을 때의 그 맨들맨들한 느낌! 용기내어 이를 닦은 보람이 있었다.
내 이가 다 없어질 때까지 내 식욕과 게으름 또는 음식물 섭취의 즐거움과 이를 닦고 나서의 상쾌한 성취감의 끊임없는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난 남들에게는 대단찮고 쉬운 일을 힘들고 어렵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주위에서 보기 안쓰럽고 많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서 부지런한 당신들을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줄 안다. 심지어 나는 당신들이 하루 세번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칫솔질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해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까지 하며 어색하지 않게 어울려 웃으며 지낼 수조차 있다.
20080113
나에 대한 나의 비난
20071104
나는 나쁜 사람이야.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대방도 나도 막연히 지금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나쁜 사람이란 말이 지겹고 듣기 싫다면 결국 내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될까?
내가 애초에 나쁜 사람이고 또 그렇게 사는게 당연하다면 그냥 나쁜 채로 살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새삼스럽게 "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애초부터 나쁜 사람이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쁘게 사는 정말 나쁜 놈이 될 자신이 없다면 "너는 나쁜 놈이야."라는 말을 듣고 "그래. 나는 나쁜 놈이야."하고 말아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될 자질이 못 된다. 그러니 스스로 나를 나쁜 사람이라 할 자격도 없다.
그러니 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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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으며
20070905
살아 돌아와줘서 기뻐요.
Technorati Profile
20070819
그에게는 내가 답답한 사람
나는 고용주에게 가서 밀린 식대와 휴가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식대는 언제 주지 않은 적 있냐고 하며 좀 기다리면 알아서 줄 것을 그걸 못 참고 와서 다그치냐 했다. 그는 내게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휴가비는 안 준다고 했다. 난 7월과 8월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월차를 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렇게 회사 생각 안 하고 자기 챙길 것만 챙기려 들면 뭔가 해 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고 했다. 말로는 못하고 참 유치한 변명 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는 고집쟁이이고 직원들 조금이라도 더 일 시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더러운 인간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나를 일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하루 이틀 일 좀 더한 것도 안 넘기고 다 챙기고 휴가 가게 해준 게 어딘데 휴가비까지 달라고 하고 임금 조금 늦게 줄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닥달을 하는 귀찮고 치사한 녀석으로 보일 것이다.
난 그의 방에서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서 저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그도 나를 무척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정말 지극히 당연하게 난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다른 얘긴데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납치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죽으러 간 사람들 죽게 하자.' 거나 '다 죽어서 이제 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는 인간(감정이 격해졌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도 그들의 댓글에 그들의 댓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주 한심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답답해하고 억울해하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 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포기하고 살까? 아니면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억울함이 되어 나를 조금씩 비틀어 간다.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이 다 잘못됐어!" 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걸까?
그리고 정말 이해 안 되고 어처구니 없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들도 억울한 게 있고 답답한 게 있고 상처가 있겠지.
제길.
20070814
모두가 행복하길
일을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꺼내 이메일로 온 말씀묵상을 읽었다. 위와 같은 구절을 읽다가 너무 달콤해서 죄책감이 들 정도로 그 구절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아주 잠깐의 행복감 후에 또 내 머릿속에는 어쩌면 내가 저 행악자이고 불의를 행하는 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고 또 내가 괴롭게 한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겠지. 악인도 형통하고 의인도 형통하고 모두가 형통하길 바라고 싶다. 그리고 그게 부럽거나 불평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악인이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모두가 형통하길 바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 심형래 아저씨도 돈 많이 벌고 탈레반에 잡힌 형제자매 모두 무사하고 감옥에 같힌 사람들도 즐거웠으면 좋겠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 열심히 버는 사람도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
그래. 물론 현실성이 전혀 없다. 그냥 잠깐동안 이렇게 모두의 행복을 비는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