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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자랑질

오랜만에 교회에 갔다. 설교시간에는 실컷 졸고 헤이리 가서 밥도 얻어먹었다. 핸드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가져가서 실컷 자랑했는데 마음이 조금 편치 않다. 내가 내 자랑한 것도 떳떳하지 못한 일인데 겨우 내가 가진 물건으로 우쭐했었다는게 나를 불편하게 한다. 역시 자랑은 하지 말자. 사람이 추해지는 것이고 되돌아본 그 시간들이 허탈하다. 대신 마음을 섞은 한마디라도 더 나눌 것을.

20080517

열심히 연습했다는 운동선수

여자친구를 집에 모셔드리고 오면서 디엠비로 라디오를 듣는데 누군가가 나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으니 다른 종목에서도 이렇게 연습했으면 잘 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검색해서 알아보니 핸드볼 선수 임오경이라고 한다. 그가 말한 열심이란 단어의 무게가 날 잠시 숙연하게 했다.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과 열정을 훈련에 쏟아부었을지 짐작만 해도 지치는 느낌이다. 난 내 지난 날들중에 열심히 했던 '순간'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내 몸과 마음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몸을 사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가벼워진 내 삶은 그렇게 가볍게 어디론지도 모르게 떠다니고 있는 중이다. 열심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잠시 담아두기도 부담스러워서 난 그와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며 나를 더이상 힘들게 하지 않기로 했다. 몇 십년 후에 누군가가 또 열심이란 단어를 말한다면 그때는 그 단어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나를 좀 더 짓누르도록 둘 것 같다.

20080514

채 또는 필터

일기쓰는 사람을 보고 있으니 나도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스피드 레이서는 보통이었다. 좀 더 극적이고 레이싱이 긴장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두리뭉실한 느낌.
머릿속에서 쓸 것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내게는 외부의 사건들을 다 걸러서 어딘가로 날려버리는 채가 있나보다. 그 채 덕분에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20080511

나의 작은 손에 쥐어진 누군가의 보물

직원 야유회에 가서 보물찾기 시간이 되자 모두 보물 찾으러 나섰는데 나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다녀왔다. 보물엔 별로 관심이 없어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지만 수선생님들이 마땅찮게 여기리란 염려 때문에 천천히 보물찾는 장소로 나갔다. 보물을 찾는 둥 마는 둥 하며 여기 저기 뒤적이며 지나가는 아는 사람에게 보물 몇 개 찾았나 물어가며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돌 밑에 작은 하얀 종이 접힌 것을 발견해서 펴보았다. 네모난 작은 종이에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복"이라 써 있었다. 느낌이 석연치 않아 다른 사람들이 찾은 보물과 비교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찾은 것은 녹색의 커다란 것이었다. 그 보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걸로 선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나에게 찾아진 그 보물이 버려지지 않았다. 상품으로의 교환 가능 여부가 보물의 가치를 전부하지는 않는다. 엉뚱하게 찾아든 그 보물처럼 엉뚱한 곳에서 내가 누군가의 보물이 되는 꿈을 꾸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고 내 존재가 기쁨이 되는 행복한 순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 위에 놓고 보고 있으니 정말 보물이었다. 자꾸 만지작거리자 점점 구겨져서 더 이상 구겨지지 않도록 핸드폰 과 투명 케이스 사이에 살짝 끼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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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배와 허전한 마음

비어 있는 배와 허전한 마음으로 거리를 나서다.

모든 음식들이 맛있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작은 손길과 잠깐의 눈빛 하나하나가 촉촉히 내 마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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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아주 오래전에 발명된, 차기작이 나오지 않는 궁극의 영상입력장치

눈에 플라스틱 쪼가리를 넣고 있으니 가짜 눈물을 자꾸 집어넣어도 빡빡하고 불편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빼버리고 안경을 낀다. 거울을 보면 눈이 빨갛다. 너도 참 고생이 많구나. 아직 볼 게 많으니 좀 더 애써줘. 아직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 엄청난 것들이 네 앞에 펼쳐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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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먹어 보자.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중에서 먹는 것만큼 근사한 것이 있을까? 일단 큰 힘이 들지 않고 모두 기분이 좋아지며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이므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며 서로 먹여 줄 수도 있고 밥값을 내는 것으로 또는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호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 근사한 핑계거리는 하루에 세번 이상 죽을때까지 계속된다. 큰 장소의 제약도 없으며 필요에 따라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음악이나 영화등 다른 행동들과의 결합도 아주 매력적이다. 이미 생활의 많은 부분이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고 편의점의 매출의 상당수가 먹는 것이라는 사실은 새로울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함께 먹을 사람이 있고 그와 함께 먹으며 즐겁다면 감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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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7

패배자와 승리자의 대화

난 공부하는 게 정말 싫어.

나도 그래. 공부 하는 거 정말 싫어.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그게 정말 공부를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럼. 하면서도 아 이거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고.

아니야. 그건 정말 싫어하는 거라고 할 수 없어. 꼭 해야하는 일인 걸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다음에도 또 이러리라는 확신이 들어야 정말 공부를 싫어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넌 할 건 다 했었잖아.

그건 그렇지.

그건 싫어하는 게 아니야. 공부가 네 삶의 일부가 되도록 방조하지 못해 오히려 협조한 거라고.

그렇구나. 내가 공부를 싫어하는 마음이 많이 부족했구나.

넌 적과 내통하면서도 적과 열심히 온 힘을 다해 투쟁중인 자와 어울리려고 했던 거라고 그건 욕심이 지나친 거야. 이제 나를 떠나서 이겨내고 승리한 사람들과 함께 해 그게 너와 어울려.

너 너무 지나치게 예민한 거 아니야?

그냥 가

안녕.

20080301

만성 피로

지연되는 수면. 물기가 마른 빡빡한 눈. 느려진 반응 속도.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 어색한 웃음. 거울속의 정안가는 표정없는 내 얼굴.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뤄지는 모든 업무. 타인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돌아볼 여유의 부재. 간소화된 생활방식.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 까칠해진 말투. 편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분노. 나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정당화된 짜증.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는 모든 수단의 동원. 내일에 대한 체념. 그리고 이불 속으로 내 몸이 녹아드는 듯한 달콤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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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나의 아량

금세 칫솔질 했다며 음식을 사양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칫솔질을 한 지 꽤 되어 칫솔질을 하려는데 먹을 것이 눈에 띄어 조금씩 먹느라고 칫솔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다 먹어야 칫솔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음식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 음식물에 이끌리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음식물 섭취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고 음식물 섭취를 중단했다. 그제서야 칫솔질을 할 수 있었다.

혀로 금새 닦은 이를 더듬었을 때의 그 맨들맨들한 느낌! 용기내어 이를 닦은 보람이 있었다.

내 이가 다 없어질 때까지 내 식욕과 게으름 또는 음식물 섭취의 즐거움과 이를 닦고 나서의 상쾌한 성취감의 끊임없는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난 남들에게는 대단찮고 쉬운 일을 힘들고 어렵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주위에서 보기 안쓰럽고 많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서 부지런한 당신들을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줄 안다. 심지어 나는 당신들이 하루 세번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칫솔질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해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까지 하며 어색하지 않게 어울려 웃으며 지낼 수조차 있다.

20080113

나에 대한 나의 비난

병원에서 환자에게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 물품을 지급한 일이 두 건 발견되었는데 두 건의 시행자가 나였다. 이 일로 환자에게 큰 해가 입은 것은 없었고 그로 인해 크게 질책 당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속에 이 사건이 자꾸 생각나서 혼자 있을 때 한숨짓고 허탈하게 웃는 것은 질책 당한 것 보다 내게 말해지지 않은 더 많은 질책들이 있을 것이라 여기는 내 마음의 약함 때문이다. 별일 아닐 것이라 여기려는 비겁한 내 마음과 비겁한 나를 비난하는 나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놀라고 가슴 졸이는 나의 소심함에 실망하는 내 마음들이 각각의 정당한 이유를 대어 서로를 그리고 결국 그 모두의 전체가 되는 나를 비난한다. 내가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이런 일도 나중엔 잊혀지고 생생하던 마음의 흔들림도 가라앉고 나면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 나를 예상하고 이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역시 즐거운 것이라며 또다른 내가 글을 쓰게 되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 이 글을 쓰면서 듣는 박화요비의 리메이크 앨범의 효용가치에 대해 따져보는 나에게 내일 근무를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현실적인 내가 적당히 듣고 자라고 소리친다. 이 글을 쓰면서 알 수 없는 작용으로 근심이 조금 덜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내일엔 어찌됐던 더욱 활기찬 근무를 해보자 다짐하며 차라리 조금 더 뻔뻔한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을 내가 정말 싫어하니까 그렇게 되면 나에 대한 나의 비난의 더욱 깊어질 것이니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 하고, 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내 안의 수많은 내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배려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며 맘 편히 잠을 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20071104

나는 나쁜 사람이야.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할 때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마."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대방도 나도 막연히 지금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나쁜 사람이란 말이 지겹고 듣기 싫다면 결국 내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될까?

내가 애초에 나쁜 사람이고 또 그렇게 사는게 당연하다면 그냥 나쁜 채로 살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새삼스럽게 "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애초부터 나쁜 사람이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쁘게 사는 정말 나쁜 놈이 될 자신이 없다면 "너는 나쁜 놈이야."라는 말을 듣고 "그래. 나는 나쁜 놈이야."하고 말아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될 자질이 못 된다. 그러니 스스로 나를 나쁜 사람이라 할 자격도 없다.

그러니 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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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으며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 더욱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하다는 말은 지금 나에게는 한 줄이라도 더 써보는 것을 말한다. 기껏 냉장고에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카스테라가 되는 거야. 갑자기 기린은 왜 나오는 거야. 너구리가 등 밀어주면 위로가 되냐 하면서도 자꾸 손에 집어들며 드는 생각은 나도 쓰고 싶다는 것이다. 나도 뭔가 말도 안 되는데 읽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20070905

살아 돌아와줘서 기뻐요.

납치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사람이 죽을 뻔 하다가 살아 돌아왔다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요즘 이 사람들과 관련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더욱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고 올바르게 살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다운 생각과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비판보다는 칭찬과 화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신나간 몽상가가 되자. 왜 정신나간 몽상가냐 하면 내 생각에 제정신으로는 힘들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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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그에게는 내가 답답한 사람

내 말은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말은 해야 내 마음에 피해의식을 두지 않을 수 있을 듯 해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고용주에게 가서 밀린 식대와 휴가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식대는 언제 주지 않은 적 있냐고 하며 좀 기다리면 알아서 줄 것을 그걸 못 참고 와서 다그치냐 했다. 그는 내게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휴가비는 안 준다고 했다. 난 7월과 8월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월차를 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렇게 회사 생각 안 하고 자기 챙길 것만 챙기려 들면 뭔가 해 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고 했다. 말로는 못하고 참 유치한 변명 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는 고집쟁이이고 직원들 조금이라도 더 일 시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더러운 인간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나를 일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하루 이틀 일 좀 더한 것도 안 넘기고 다 챙기고 휴가 가게 해준 게 어딘데 휴가비까지 달라고 하고 임금 조금 늦게 줄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닥달을 하는 귀찮고 치사한 녀석으로 보일 것이다.

난 그의 방에서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서 저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그도 나를 무척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정말 지극히 당연하게 난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다른 얘긴데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납치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죽으러 간 사람들 죽게 하자.' 거나 '다 죽어서 이제 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는 인간(감정이 격해졌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도 그들의 댓글에 그들의 댓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주 한심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답답해하고 억울해하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 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포기하고 살까? 아니면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억울함이 되어 나를 조금씩 비틀어 간다.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이 다 잘못됐어!" 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걸까?

그리고 정말 이해 안 되고 어처구니 없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들도 억울한 게 있고 답답한 게 있고 상처가 있겠지.

제길.

20070814

모두가 행복하길

1 행악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를 투기하지 말지어다 2 저희는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볼 것이며 푸른 채소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

일을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꺼내 이메일로 온 말씀묵상을 읽었다. 위와 같은 구절을 읽다가 너무 달콤해서 죄책감이 들 정도로 그 구절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아주 잠깐의 행복감 후에 또 내 머릿속에는 어쩌면 내가 저 행악자이고 불의를 행하는 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고 또 내가 괴롭게 한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겠지. 악인도 형통하고 의인도 형통하고 모두가 형통하길 바라고 싶다. 그리고 그게 부럽거나 불평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악인이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모두가 형통하길 바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 심형래 아저씨도 돈 많이 벌고 탈레반에 잡힌 형제자매 모두 무사하고 감옥에 같힌 사람들도 즐거웠으면 좋겠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 열심히 버는 사람도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

그래. 물론 현실성이 전혀 없다. 그냥 잠깐동안 이렇게 모두의 행복을 비는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070811

나를 만난 시계

최근에 맘에 드는 전자시계를 골라서 샀는데 내 손목에 붙어서 내게 항상 시간을 가르쳐주는 이 녀석이 내 친구같다. 아침에는 잠도 깨워주고 시간마다 삑 소리를 내며 정시를 알려준다. 그렇게 유용하고 고마운 녀석인데 거기다가 이 녀석은 부담감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관심이 시들해져서 백라이트도 잘 안 눌러볼 거고 시끄러워서 알람도 꺼버릴지도 모르고 결국 고장나면 버리고 새것을 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시계가 고맙고 편하고 미안하다. 이 시계는 주인을 잘 만난 것일까 잘못 만난 것일까? 내 땀이 배어가고 벨트부분에 자국이 날 것이고 색이 바래고 흠집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시계였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시계는 어둔 밤에도 또 물 속에서도 시간을 알릴 것이다. 그거면 그만이지 않은가! 동종기종을 소유한 사람중에 나는 시계를 진정 시계로 인정하고 대하고 모든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하며 단순히 수집용으로 장식하지 않고 실생활에 사용하며 함께한 친시계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내 마음을 모르는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이유로 시계는 그저 정확한 요일과 날짜를 알려주고 현재시각을 초단위로 묵묵히 표시할 뿐이다.

20070810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시간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티비도 보다가 친구랑 전화로 얘기도 하고 과자도 먹다가 남은 시간은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하기엔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시간

20070715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점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는 데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느꼈던 그 미묘한 감정을 내가 이리저리 생각했던 것들을 내 마음과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별 얘기 아닌 것처럼 말을 끝내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반대로 나도 사람들의 깊고 세세한 마음들을 잘 알지 못한다. 주의깊게 신경써서 들어야 할텐데 난 그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서로 잘 모른체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며 지내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없는 듯 하다.

20070712

잘 지내지?

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이 그만 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보니 없는 번호라고 했다. 아마 그 사람과 다시 연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들을 문득 자세히 돌아보면 아리고 섬짓하고 무섭다. 갑자기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미천한 미소 한번 더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화번호를 잊고 이름을 잊고 그 추억들조차 서서히 잊은 것처럼 그들도 나를 잊어가겠지. 그래도 내가 인사도 못 하고 어렴풋한 느낌으로 겨우 떠올리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즐겁길 바란다. 다시 만나면 서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부끄럽지 않게 살자. 고마워 당신들 덕분에 난 실제로 세상을 사는 듯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