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3

살 만 하겠다는 생각

항상 쓸데없는 일이나 하는 내가 나이를 먹으면 참 한심하겠다는 생각.

또 그런 한심한 상태로도 그럭저럭 살 만 할 것이라는 생각.

20070622

왕관 수집하는 왕

한 기자가 왕관 수집하는 왕을 만나보았다. 그 왕은 직업의 특성상 왕관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또 왕관을 구매하거나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왕관은 좀 힘들게 얻었지. 어떤 녀석이 자기의 왕관을 너무 좋아해서 그 왕관을 머리속에 이식해 넣었어. 그렇게 하면 그 왕관이 자기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 얘기는 묘하게 나를 자극해서 결국 그 왕관 때문에 그 녀석 나라에 쳐들어가서 내가 직접 얻었지. 먼저 목을 따고 의사들이 쓰는 수술용 기구를 가지고 섬세하게 하나하나 떼어냈어. 드릴이랑 톱같은 것을 쓰기도 했고. 내가 일을 다 끌내고 나서 그거 치우느라 고생했을 거야. 근데 막상 이 왕관을 보니까 쓸 수도 없고 모양도 별로더군. 그냥 여기 하나 더 채워 놓고 당신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꺼리나 되는 거지 뭐.

언젠가는 내가 이거 이렇게 하나하나 모아서 뭐하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누눈가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모은 왕관 다 가져가거나 누구를 주거나 다른 것을 만드는 데 쓰거나 할 거 아냐. 왕관 하나하나를 얻기 위한 시간과 그때의 기억들이 나죽에 사라질 것이 너무 아쉬워서 왕관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왕관과 함께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어.

그 중에서 가장 짧은 얘기는 이거야. "길가다 문구점 근처에서 줍다." 그건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었어.

나중에 내가 더 이상 이 왕관들의 주인이 아닐 때에 혹시 이 이야기들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이 왕관들을 잘 보관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러려면 이 이야기들이 흥미로워야겠지. 반찬의 힘과 능력은 그 반찬이 사람들에게 잘 먹힐만한 맛인 것처럼 이 이야기들의 흥미진진함들이 이 왕관들의 힘과 능력이 되어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되는 거지. 내가 없어도 말야. 그런데 읽어보니 그저 그래서 걱정 된다.

20070608

Yo soi enfermero.

Yo soi enfermero.
나는 간호사 입니다.

마음속의 대화


마음속의 대화,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말하는 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

비정한 세상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버스에 탔다. 아주머니는 딴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음을 갑자기 깨닫는다. 급하게 뛰어내리느라 아이의 다리가 문에 끼어 넘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이는 넘어져 얼굴이 깨지고 차는 아이의 다리를 끼고 몇 미터 정도 갔다. 운전기사는 문을 열었고 아이는 아스팔트에 얼굴이 긁혀 피와 먼지가 뒤엉켜 있는데도 누구의 도움 없이 비틀거리며 혼자서 일어난다. 운전기사는 "갑자기 내리니까 그렇죠!."하고 소리치고는 운행을 계속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내가 여기서 내리는 것을 생각 못하고 있어서 미안하다." 하고 얘기하자 아이는 얼굴의 피를 쓰윽 닦으며 "저도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하는데 어머니에게만 너무 의지해서 이렇게 된 거죠. 이 얼굴의 상처가 평생 제게 교훈을 전해 줄 거에요." 하고 말하며 어머니가 들고 있던 짐을 든다. 업무중이던 환경 미화원이 금방 치운 구역이라며 얼룩진 아스팔트를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짐을 돌려드린다. "어머니 제가 어지른 것은 제가 치우고 갈 게요. 먼저 집에 들어가 계세요." 어머니를 보내고 아이는 이미 여기저기 튿어져서 걸레같은 웃옷을 부욱 찢어다가 근처에서 물을 적셔 아스팔트의 핏자국을 다 지우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버스타고 병원 오면서 상상한 것

20070601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보고

10년에 한번 부인과 아이를 보느니 나 같으면 문어가 되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