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2

왕관 수집하는 왕

한 기자가 왕관 수집하는 왕을 만나보았다. 그 왕은 직업의 특성상 왕관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또 왕관을 구매하거나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왕관은 좀 힘들게 얻었지. 어떤 녀석이 자기의 왕관을 너무 좋아해서 그 왕관을 머리속에 이식해 넣었어. 그렇게 하면 그 왕관이 자기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 얘기는 묘하게 나를 자극해서 결국 그 왕관 때문에 그 녀석 나라에 쳐들어가서 내가 직접 얻었지. 먼저 목을 따고 의사들이 쓰는 수술용 기구를 가지고 섬세하게 하나하나 떼어냈어. 드릴이랑 톱같은 것을 쓰기도 했고. 내가 일을 다 끌내고 나서 그거 치우느라 고생했을 거야. 근데 막상 이 왕관을 보니까 쓸 수도 없고 모양도 별로더군. 그냥 여기 하나 더 채워 놓고 당신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꺼리나 되는 거지 뭐.

언젠가는 내가 이거 이렇게 하나하나 모아서 뭐하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누눈가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모은 왕관 다 가져가거나 누구를 주거나 다른 것을 만드는 데 쓰거나 할 거 아냐. 왕관 하나하나를 얻기 위한 시간과 그때의 기억들이 나죽에 사라질 것이 너무 아쉬워서 왕관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왕관과 함께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어.

그 중에서 가장 짧은 얘기는 이거야. "길가다 문구점 근처에서 줍다." 그건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었어.

나중에 내가 더 이상 이 왕관들의 주인이 아닐 때에 혹시 이 이야기들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이 왕관들을 잘 보관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러려면 이 이야기들이 흥미로워야겠지. 반찬의 힘과 능력은 그 반찬이 사람들에게 잘 먹힐만한 맛인 것처럼 이 이야기들의 흥미진진함들이 이 왕관들의 힘과 능력이 되어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되는 거지. 내가 없어도 말야. 그런데 읽어보니 그저 그래서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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