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9

우리가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이유.

  어째 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어?
 우린 서로 대화가 되는 것도 같았지만, 결국 서로의 생각과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지 못하고 서로를 스쳐 비껴가곤 했잖아.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었는데도 마치 다른 행성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처럼 말야.


 며칠 전에도 우린 대화가 통하지 않아 서로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어. 그래서 우리 며칠 후에 연락하기로 했었잖아.
 너랑 연락 안 하는 며칠동안 잠도 실컷 자고 하고 싶던 게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어.
 내가 너랑 너무 달랐던 것에 대해 찬찬이 생각해 보고 나와 너의 행동특성과 관점에 대해 분석해 봤어.
 짐작했던 것 보다 우리 둘의 차이는 엄청났어.
 지금까지 우리 둘이 함께 했던 게 기적이라고 할 만큼 둘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였어.
 결국 우리 둘의 차이에 대해 더욱 명확한 대답을 찾아 인터넷에 한번 검색해보기로 했어.

 구글에다 "다른 사람들" 이라는 검색어를 넣고 엔터키를 새끼손까락으로 누르자 순간적으로 검색결과 10개가 떴어.
 내가 찾는 대답은 첫 페이지에 있지 않았지.
 그렇게 쉽고 간단한 대답은 아니었으니까.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얘기, 트랜스젠더, 동성 연애,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찬찬히 읽어나가다가 37번째 페이지 중간에서야 발견할 수 있었어.
난 너와 다른 종족 아니 다른 행성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인터넷에 널린 그 수많은 글들 중 하나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겠지만 진실은 수많은 거짓 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 중에 묻히기 쉽상이거든.
 내 왼쪽 귀 위쪽에 작은 구멍이 있잖아. 그게 증거였어. 그게 내가 이 행성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야.
 거기에 내가 오래동안 안 씻으면 때가 꼈었지. 그래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종족의 중요한 특징은 잘 잊고 딴짓을 잘 한다는 거야.
 뭐든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척 느린 특성이 있어.
 그래 딱 바로 나잖아.

 그 글에도 별로 해결책은 없었어.
 그 글을 쓴 사람도 어째서 이 행성에 자신과 같은 종족이 왔는지 잘 모르겠고 또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더라구.
 심지어 이런 말을 써 놨어.
 "여기에 있던 원래 있던 행성에 있던 뭐 달라지는 것 있겠습니까.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어디서든 똑같이 살텐데요. 그냥 살던데로 사십시요."
 아무 해결책 없고 무성의한 글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같은 종족으로서 깊이 공감하고 글쓴이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
 나랑 같은 행성의 사람들은 원래 같은 행성에 있었을 때에 서로 관심이 없는 데다가 지난 일에도 흥미가 없어서 역사가 전해지지도 않고 심지어 자기 옆에 누가 사는 지도 잘 모르며 살았데.
 지구에 온 이 행성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하지만 서로 관심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 지 모른데.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말야.
 글을 쓴 사람도 딱히 무슨 목적을 위해 썼다기 보다는 생각나서 써봤데.

 그래 어떻게 보면 조금 놀랄만 하기도 한 얘기지만 걱정할 것 없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거든.
 그냥 살던 데로 사는 거야.
 다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가 다른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고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며 살자는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리 서로 화내지도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그냥 "아 맞다. 이 녀석 외계인어서 그렇지."하고 넘기면 되는 거야.
 좋게 생각하자고, 정말 너무 다른 외계 상물체들이 어쩌다 운좋게 함께 하게 되어 살게 된 거야.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정말 엄청난 일이라서 지구의 한국어로는 기적이라는 말이 제일 적당하다고 봐.

 외계 생물체들이 서로 다른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어울려 살아가고 있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멋지지 않아?
 이런 엄청난 일이 별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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