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3

나에 대한 나의 사랑

내가 하는 어떤 행동과 생각들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나는 참 나에게 얼마나 관대한가. 예를 들자면 설겆이를 하지 않은 냄비를 며칠째 싱크대에 놓아 두는 것도 나 나름의 스타일로 적절한 시기에 치우기 위한 과정의 중간 단계라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이해할 사람은 나 뿐이겠지. 역시 나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며 또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다.

20080122

나의 아량

금세 칫솔질 했다며 음식을 사양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칫솔질을 한 지 꽤 되어 칫솔질을 하려는데 먹을 것이 눈에 띄어 조금씩 먹느라고 칫솔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다 먹어야 칫솔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음식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 음식물에 이끌리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음식물 섭취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고 음식물 섭취를 중단했다. 그제서야 칫솔질을 할 수 있었다.

혀로 금새 닦은 이를 더듬었을 때의 그 맨들맨들한 느낌! 용기내어 이를 닦은 보람이 있었다.

내 이가 다 없어질 때까지 내 식욕과 게으름 또는 음식물 섭취의 즐거움과 이를 닦고 나서의 상쾌한 성취감의 끊임없는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난 남들에게는 대단찮고 쉬운 일을 힘들고 어렵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주위에서 보기 안쓰럽고 많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서 부지런한 당신들을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줄 안다. 심지어 나는 당신들이 하루 세번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칫솔질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해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까지 하며 어색하지 않게 어울려 웃으며 지낼 수조차 있다.

20080113

나에 대한 나의 비난

병원에서 환자에게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 물품을 지급한 일이 두 건 발견되었는데 두 건의 시행자가 나였다. 이 일로 환자에게 큰 해가 입은 것은 없었고 그로 인해 크게 질책 당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속에 이 사건이 자꾸 생각나서 혼자 있을 때 한숨짓고 허탈하게 웃는 것은 질책 당한 것 보다 내게 말해지지 않은 더 많은 질책들이 있을 것이라 여기는 내 마음의 약함 때문이다. 별일 아닐 것이라 여기려는 비겁한 내 마음과 비겁한 나를 비난하는 나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놀라고 가슴 졸이는 나의 소심함에 실망하는 내 마음들이 각각의 정당한 이유를 대어 서로를 그리고 결국 그 모두의 전체가 되는 나를 비난한다. 내가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이런 일도 나중엔 잊혀지고 생생하던 마음의 흔들림도 가라앉고 나면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 나를 예상하고 이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역시 즐거운 것이라며 또다른 내가 글을 쓰게 되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 이 글을 쓰면서 듣는 박화요비의 리메이크 앨범의 효용가치에 대해 따져보는 나에게 내일 근무를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현실적인 내가 적당히 듣고 자라고 소리친다. 이 글을 쓰면서 알 수 없는 작용으로 근심이 조금 덜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내일엔 어찌됐던 더욱 활기찬 근무를 해보자 다짐하며 차라리 조금 더 뻔뻔한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을 내가 정말 싫어하니까 그렇게 되면 나에 대한 나의 비난의 더욱 깊어질 것이니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 하고, 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내 안의 수많은 내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배려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며 맘 편히 잠을 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20080108

세수의 놀라운 효과

 한 환자가 간호사실로 찾아와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제 얼굴이 조금 환해보이지 않아요?."
 평소보다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처럼 그의 얼굴도 조금 더 하얘지고 살짝 광이 나기도 했다.
 "네 그래요. 얼굴이 환해졌어요.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니에요. 비누로 세수해서 그래요."
 환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보이고 그는 간호사실을 나왔다. 나와 또 나와 함께 한 간호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랫만에 기분좋고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세수 한 번 한 것으로 얼굴이 그리 환해지고 달라져 보인다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여러사람을 미소지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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