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3

나에 대한 나의 비난

병원에서 환자에게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 물품을 지급한 일이 두 건 발견되었는데 두 건의 시행자가 나였다. 이 일로 환자에게 큰 해가 입은 것은 없었고 그로 인해 크게 질책 당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속에 이 사건이 자꾸 생각나서 혼자 있을 때 한숨짓고 허탈하게 웃는 것은 질책 당한 것 보다 내게 말해지지 않은 더 많은 질책들이 있을 것이라 여기는 내 마음의 약함 때문이다. 별일 아닐 것이라 여기려는 비겁한 내 마음과 비겁한 나를 비난하는 나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놀라고 가슴 졸이는 나의 소심함에 실망하는 내 마음들이 각각의 정당한 이유를 대어 서로를 그리고 결국 그 모두의 전체가 되는 나를 비난한다. 내가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이런 일도 나중엔 잊혀지고 생생하던 마음의 흔들림도 가라앉고 나면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 나를 예상하고 이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역시 즐거운 것이라며 또다른 내가 글을 쓰게 되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 이 글을 쓰면서 듣는 박화요비의 리메이크 앨범의 효용가치에 대해 따져보는 나에게 내일 근무를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현실적인 내가 적당히 듣고 자라고 소리친다. 이 글을 쓰면서 알 수 없는 작용으로 근심이 조금 덜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내일엔 어찌됐던 더욱 활기찬 근무를 해보자 다짐하며 차라리 조금 더 뻔뻔한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을 내가 정말 싫어하니까 그렇게 되면 나에 대한 나의 비난의 더욱 깊어질 것이니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 하고, 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내 안의 수많은 내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배려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며 맘 편히 잠을 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