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6

그 맘 내가 안다.

버스 문이 열렸다. 벌써 다음 정거장이면 내려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아이가 재밌는 일을 기다리며 웃음을 참는 얼굴을 하고 버스벨 주위에 손을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내릴 사람들이 다 내리고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하면 바로 벨을 누를 것이다. 금새 사람들이 다 내렸다. 난 급하게 주위에서 벨을 찾았다. 내가 앉은 자리는 두 벨 사이에 있어서 내려서 누르거나 팔을 민망하게 쭈욱 뻗어서 눌러야 했다. 나에게 여유시간은 없었으므로 문이 닫히고 버스 출발하자마자 잽싸게 앞좌석에 앉으신 분의 머리위를 가로질러 팔을 쭈욱 뻗어 벨을 눌렀다. 버스안의 모든 벨에서 동시에 삐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붉은 불빛을 뿜어냈을 때 얕은 탄성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며 난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그 아이 덕분에 잊고만 있었던, 먼저 벨을 누르는 기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도 다음에 버스에 나와 함께 내리지만 않으면 벨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분이 어떨지는 내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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