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8

오타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조용해서 구두 소리가 들리네요.
무심코 전화를 걸어보려다가 귀찮아 할 것 같아 하지 않아요.
이제는 혼자 걷는 이 길이 전혀 무섭지가 않네요.
오늘 나는 재밌게 TV보다가 약속 시간에 조금 늦으리란 걸 알았죠.
하지만 나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어요.
확신같은 예감이 나를 느긋하게 만들었죠.
난 20분이나 늦었지만 연락도 없었고 당신은 보이지가 않았어요.
당신도 늦을 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기억조차 못할줄은 몰랐어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나는 많은 사람들 속을 혼자 걸었어요.
옷도 보고 책도 보며 기다렸더니 한시간은 금방 가네요.

난 당신이 좋아요. 내가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죠.
직장은 빈번히 옮기고 말투도 어눌하고
게임하느라 약속 잊어도 바래다 주지 않아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이 내 사람인 것이 감사해요.
약속 잊어도 나만 기억하면 돼요.
연락 귀찮아해도 걸면 받는게 어디에요.
언어능력 부족해도 내 말 알아듣잖아요.
운동신경 부족해도 상관없어요. 날 안아줄 힘만 있은면 돼요.
직장은 때려쳤지만 날 버리지는 않았어요.

친구들은 다른 사람 만나라지만
반박해서 내세울 것이 딱히 없지만
난 당신이 좋아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옆에 있어줘요.
가만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과 함께하는 건 아주 오래된 책에 적혀 있어서
당연히 우리 둘은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설령 그것이 오타였을지라도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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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익명02:14

    글이 너무 감동적이예요.

    항상 고마워요.

    내생각도 해주고, 날 사랑해줘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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