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0

미스테리 영화

eunduk | 10 11월, 2006 23:29

금지된 것들이나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은 내게 흥미를 일으킨다. 마치 미스테리 영화처럼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굼해서 그 끝이 나올 때까지 가 보는 거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내게 흥미를 일으키던 것들의 실체는 사실 별 것 아닌 것들이었다. 미스테리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서 어쩌면 조금 참신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엇이던 간에 결말을 보고 나면 이게 다인가 싶다. 오히려 궁굼해하고 어떻게 될까 하면서 마음졸이며 결말을 모르고 기대하던 그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무언가에 흥미를 가지고 찾고 애쓰다가 막상 별 거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다행히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것들이 있어서 하나씩 하나씩 실망을 느끼더라도 또 다른 것들에 관심갖고 해볼 일이 엄청 많다. 그 수많은 것들 다 시도도 못 해보고 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별로 해 본 것도 많지 않으면서 뭘 하더라도 내 마음에 꼭 흡족한 그런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멍해지는 때가 있다. 뭔가를 하기는 해야 겠는데 뭘 해봐도 다 별로일 것 같아서 뭘 해 볼 마음도 안 생겨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나를 너무 답답하고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지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무언가가 나를 언제나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죽기 직전쯤 끝나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로 치자면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영화가 무한에 가깝게 스토리가 늘어지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그 뒤가 궁굼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까. 항상 무언가 부족하고 허전한 모든 것에 대한 이 배고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만히 나를 돌아보면 어쩜 단순하게 설명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저 실증을 잘 느끼는 성격이어서 금방 질리는데 노력하기 싫은 게으름뱅이라서 이제는 뭔가 해보기도 귀찮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깨닫지 못한 무언가가 아직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나를 무한한 충족의 상태로 이끌어 더 이상 조급해하지도 않고 답답해하지도 않고 불안해 하지도 않고 다른 누구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 삶의 의미와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알게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방향을 잘못 잡은 느낌이다. 날 제대로 알고 계속 지켜본 누군가는 "이 녀석 꽤 헤메겠군.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 보거라. 언젠가는 내게 돌아 오겠지. 난 언제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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