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2

나에게 위로

eunduk | 12 11월, 2006 23:22

무언가를 이루려면 그것을 시도해야 한다. 바라고 얻으려는 것들은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될 때까지 여러번 시도해야 한다. 처음 몇 번이야 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계속 다시 시도하기가 힘들 것이다. 실패의 그 처참하고 맥빠지는 감정들을 이겨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루려는 그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될 때까지 다시 시도해야 한다. 그 끊임없는 시도들을 위해서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망각이 더 필요하다. 실패를 매번 느끼며 이겨내는 것보다 실패자체를 잊는 게 훨씬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실패의 그 강렬한 감정을 잊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런 게 가능한 선천적으로 잊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 집에 뭔가 잘 놓고 다니고 약속도 잘 잊고 해야할 일도 잘 빼먹고 몇 번 갔던 길도 갈 때마다 새롭게 다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리버리하다는 소리 잘 듣고 안쓰럽거나 한심스럽게 하는, 무언가 도와줄 거리가 항상 있어서 주위 사람들 스스로가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하거나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 내서 귀찮게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예전 것들을 또 잊고 다시 시작하기가 수월하다. 잘 잊는다는게 스스로는 저주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그건 하나님이 주신 큰 선물일 수도 있다. 모든 실패는 그의 특기인 잊음으로 다 날려버리고 또 시작하면 그만이다. 실패하면 잊고 또 하고 실패하면 잊고 또 하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안 될 일이 뭐가 있겠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더라도 그건 끝을 다 보지 못한 영화처럼 중간에 끝나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그 사람은 그것을 이루었을 것이다. 영화를 끝까지 보지도 않고 그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 형편없는지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을 실제로 예를 든다면 나를 예로 들 수 있다. 지금은 뭐도 아니지만 하나님이 주신 천부적인 잊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뭔가 계속 하다보면 뭐라도 될 것이다. 걱정할 게 뭐 있어. 난 늘 하던 것처럼 잊어버리고 또 다시 하면 그만인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