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8

이리 오너라

하려던 일을 하기 위해 갈 길이 먼데 밤이 늦어 산 속의 한 집 문 앞에 서서 "이리 오너라." 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갑자기 산 속에서 이리 예닐곱마리가 달려들었다. 열심히 달려서 몸을 피했다. 한 숨 돌리고 나니 누가 이리를 풀어 놓은 것인지 궁굼했다. 실험을 위해 다시 그 집 문 앞에 서서 "이리 가거라." 했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리 오너라." 하고 외쳤더니 아까 봤던 그 이리들이 다시 달려드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일이고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해서 이번에는 침착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분명 이리가 달려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고 특정한 말-이리 오너라.-에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누군가 재미있는 녀석이 틀림없었다. 누군가가 "이리 오너라." 하고 말 할 때 정말 이리가 와서 당황하게 될 때마다 일을 꾸민 녀석은 혼자 낄낄 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산 속의 다른 집에서 밤을 보내고 주먹밥과 고기 말린 것을 많이 준비해서 며칠 동안은 산 속에서 지낼 준비를 하고 이리가 달려드는 집 근처에서 매복을 했다. 하려던 일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이리를 훈련시킨 자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가 이리를 훈련시키게 된 계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더 여기서 육포를 뜯으며 이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요즘엔 이런 재밌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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