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4

회식 때 서로를 불쌍히 여기다.

회식을 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신 분이 자기처럼 하라고 자기만 믿으면 손해볼 것은 없다고 했다.
내가 자신의 후배였다면 벌써 반 죽었을 거라고 했다.
한숨을 쉬면서 안타깝다는 표정을 하면서.
난 그분이 안쓰러웠다.
나에게 노래를 시키고 다른 사람 노래 부르는 데 나가보게 하고 꿀밤을 때리고 하는 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나는 그분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척 맘에 들지 않았다.
회식과 술을 좋아하는 그분이 과연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영향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에 늦는 아버지를 그 분의 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안쓰러워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그분의 손을 잡아드렸다.
그리고 난 일찍 가겠다고 하고 나와버렸다.
그분은 "넌 아직도 못 알아들었냐? 그래 가라." 하고 말했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물론 더 있어드릴 수도 있고 엉뚱한 요구도 왠만하면 들어줄 수도 있었지만
대체 내가 뭐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며 술과 함께 여러 사람을 보내야 얻는 것이 있다면 그딴 것 난 필요없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과 보내던가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게 낫겠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세상에 이런 사람도 하나 있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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