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말은 해야 내 마음에 피해의식을 두지 않을 수 있을 듯 해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고용주에게 가서 밀린 식대와 휴가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식대는 언제 주지 않은 적 있냐고 하며 좀 기다리면 알아서 줄 것을 그걸 못 참고 와서 다그치냐 했다. 그는 내게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휴가비는 안 준다고 했다. 난 7월과 8월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월차를 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렇게 회사 생각 안 하고 자기 챙길 것만 챙기려 들면 뭔가 해 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고 했다. 말로는 못하고 참 유치한 변명 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는 고집쟁이이고 직원들 조금이라도 더 일 시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더러운 인간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나를 일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하루 이틀 일 좀 더한 것도 안 넘기고 다 챙기고 휴가 가게 해준 게 어딘데 휴가비까지 달라고 하고 임금 조금 늦게 줄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닥달을 하는 귀찮고 치사한 녀석으로 보일 것이다.
난 그의 방에서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서 저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그도 나를 무척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정말 지극히 당연하게 난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다른 얘긴데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납치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죽으러 간 사람들 죽게 하자.' 거나 '다 죽어서 이제 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는 인간(감정이 격해졌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도 그들의 댓글에 그들의 댓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주 한심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답답해하고 억울해하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 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포기하고 살까? 아니면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억울함이 되어 나를 조금씩 비틀어 간다.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이 다 잘못됐어!" 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걸까?
그리고 정말 이해 안 되고 어처구니 없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들도 억울한 게 있고 답답한 게 있고 상처가 있겠지.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