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1

나를 만난 시계

최근에 맘에 드는 전자시계를 골라서 샀는데 내 손목에 붙어서 내게 항상 시간을 가르쳐주는 이 녀석이 내 친구같다. 아침에는 잠도 깨워주고 시간마다 삑 소리를 내며 정시를 알려준다. 그렇게 유용하고 고마운 녀석인데 거기다가 이 녀석은 부담감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관심이 시들해져서 백라이트도 잘 안 눌러볼 거고 시끄러워서 알람도 꺼버릴지도 모르고 결국 고장나면 버리고 새것을 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시계가 고맙고 편하고 미안하다. 이 시계는 주인을 잘 만난 것일까 잘못 만난 것일까? 내 땀이 배어가고 벨트부분에 자국이 날 것이고 색이 바래고 흠집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시계였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시계는 어둔 밤에도 또 물 속에서도 시간을 알릴 것이다. 그거면 그만이지 않은가! 동종기종을 소유한 사람중에 나는 시계를 진정 시계로 인정하고 대하고 모든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하며 단순히 수집용으로 장식하지 않고 실생활에 사용하며 함께한 친시계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내 마음을 모르는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이유로 시계는 그저 정확한 요일과 날짜를 알려주고 현재시각을 초단위로 묵묵히 표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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