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9

그에게는 내가 답답한 사람

내 말은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말은 해야 내 마음에 피해의식을 두지 않을 수 있을 듯 해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고용주에게 가서 밀린 식대와 휴가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식대는 언제 주지 않은 적 있냐고 하며 좀 기다리면 알아서 줄 것을 그걸 못 참고 와서 다그치냐 했다. 그는 내게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휴가비는 안 준다고 했다. 난 7월과 8월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월차를 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렇게 회사 생각 안 하고 자기 챙길 것만 챙기려 들면 뭔가 해 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고 했다. 말로는 못하고 참 유치한 변명 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는 고집쟁이이고 직원들 조금이라도 더 일 시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더러운 인간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나를 일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하루 이틀 일 좀 더한 것도 안 넘기고 다 챙기고 휴가 가게 해준 게 어딘데 휴가비까지 달라고 하고 임금 조금 늦게 줄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닥달을 하는 귀찮고 치사한 녀석으로 보일 것이다.

난 그의 방에서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서 저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그도 나를 무척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정말 지극히 당연하게 난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다른 얘긴데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납치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죽으러 간 사람들 죽게 하자.' 거나 '다 죽어서 이제 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는 인간(감정이 격해졌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도 그들의 댓글에 그들의 댓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주 한심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답답해하고 억울해하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 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포기하고 살까? 아니면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억울함이 되어 나를 조금씩 비틀어 간다.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이 다 잘못됐어!" 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걸까?

그리고 정말 이해 안 되고 어처구니 없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들도 억울한 게 있고 답답한 게 있고 상처가 있겠지.

제길.

댓글 1개:

  1. 익명01:38

    세상이 다 더럽고 치사하죠...
    필요할떄만 써먹고 버리는 치사한 고용주들고 있고,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거나 업무로 엿 먹이는일도 허다하죠....
    세상은 참... 만만하지 않아요...
    오히려 순수하게 다가가려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비난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그냥.... 차라리.... 하는데까지 하는게 덜 억울할것 같아요..

    고용주에게 요구할것들을 말하다가 안들어주면 싸우게 되더라도 끝까지 내 주장을 밝히는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죠...ㅎㅎ;;

    하지만 우리가 크리스쳔이라는게 이럴땐 곤란할때도 있어요... 다 참아주고 기다리고 하는게 어떨땐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곁에 있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그분께 맡기는게 제일 지혜로운것 같아요.... 억울한것들 다 갚아주실꺼예요..
    그 당시엔 아무것도 안보일수도 있지만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말씀드리세요
    "저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발 해결해주세요"
    "저 대신 갚아주세요"

    다윗도 사울에게 쫓겨다닐때 이런 기도를 했잖아요...
    그래야 우리안에 발생할 죄가 사라진대요.극단적이겠지만... 살인도 면할 수 있겠죠...ㅎㅎㅎㅎ

    저같은경우 이렇게 기도하니깐 속이 후련하고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답니다.

    기도하세요... 은덕님...

    그분이 하실 수 있게 가만히 있으세요...

    그리고 믿으세요...

    하나님이 함께 하실꺼예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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