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7

다정한 의자


다정한 의자,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휴가 때 춘천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찍음.

뜨거운 햇빛과 비와 바람에도 저 둘은 함께였겠지. 지친 사람은 거기에 앉아 잠시 쉬다 갔을 거고.
누군가에게 버려진 운명이지만 저 둘은 원망않고 열심히 살다가 누가 고물상에 치워 버리기 전까지는 거기 있겠지.
고물상 아저씨도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겠지만.

20070914

세상을 사랑한 사람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것에 서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자신이 세상을 아주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세상을 위해 꼭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때에 그의 마음 속 세상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갑자기 세상이 허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없이 즐겁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 느낌과 생각들을 세상과 나누는 데 많이 서툴러서 사람들은 그저 그가 이상한 사람중의 하나라고 여기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다 못해 오해하고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하는 세상을 그의 모든 가슴으로 사랑했다. 그래봤자 그사람들에게 나쁘짓은 못하는 많이 이상한 사람 이라고 여기게 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부모님에게 의지해 그 긴 날들과 더이상 부모님께 더이상 폐를 끼칠 수 없어 혼자 독립한 지난 몇년을 생각해보았다. 그 긴 시간동안 세상에 자신이 한 일들과 세상으로부터 얻은 것에 대해 천천히 되돌아봤다. 전 인류와 지구에 대한 자신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고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예상을 더한 자신의 전 생애가 가질 인류와 지구에 대한 가치에 대해 따져보았다. 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듣고 싶은 대답은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기계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을 섭취하며 그 생각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밤과 낮을 느끼며 며칠을 생각에 골똘하다가 문득 본 하늘은 무척 맑았다. 그때 그는 조금 그 생각들에 지쳐서 조금 감상적이 되어 있었다. 그 도달할 수 없으며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극도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저 파란 하늘과 자연을 보고 느끼고 누리는 것에 감사하기만 하면서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목적이나 이유같은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쉽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쓸모를 모른 채 그저 감사하면서만 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창문을 닫고 형광등불에 의지해 자신의 사유를 계속해나갔다.

정확한 시간은 더 이상 그가 시간이 흐르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자신의 방 속에만 있었기에 알 수 없지만 한 보름쯤 지났을까 아니 한 달정도 됐을지도 모를 어느 날 그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정할 수 있었다.

나 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오고 있었어. 내가 그런 도움과 관심을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세상엔 도움을 받고 관심을 가져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 더 좋게 쓰여져야 할 도움과 관심이 내게 머물러 소모되고 사라지는 거야. 내게 주어진 사랑과 관심은 어디에 남아있는 걸까? 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여유가 없어. 나 혼자 살기도 너무 버거워. 순환되지 않고 내게서 사라지는 사랑과 관심의 흐름을 이제 차단해야겠어. 그럼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아지고 공평해지고 에너지가 넘치게 되겠지. 난 쓸모없는 나 자신을 나만의 욕심으로 살아있도록 놔둘 수는 없어. 내가 가진 마지막 용기로 세상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겠어.

그가 가진 마지막 열정과 용기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답지 않게 서둘렀다. 그는 그게 자신에게 이유없이 주기만 한 고마운 세상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서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사는 10층 아파트 꼭대기에 올라가 뛰어내렸다.

때마침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출출해서 편의점에 걸어가던 여학생이 그 밑을 지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그 여학생 위에 떨어졌고 그는 바라지도 않은 목숨을 다시 얻고 말았다. 그 여학생은 머리가 깨져 죽었다.

그 는 그 여학생이 너무 안쓰러웠다. 두 다리는 부려졌지만 겨우 그정도였다. 그는 기어서 그 여학생에게 가 시체를 꼭 안았다. 깨진 머리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의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야 했는데 그 여학생의 머리가 깨진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거기에 누군가 올 때까지 울고있고만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울음을 꾹 참고 다시 기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힘으로 다친 다리를 끌고 기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결국 그는 그렇게 세상에 대한 그의 사랑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현했다. 그는 떨어지면서 비명같은 소리로 "미안해!"라고 소리쳤다.

20070909

풍선을 타고 잠시 날다.

새로 생긴 음식점 앞에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이 많이 있었다. 많은 풍선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음식점 안에는 더 많은 풍선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환하게 웃는 여자가 나눠주는 풍선을 받아가지고 그냥 가려다가 장난으로 풍선을 더 가져가려 했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도 나를 보며 웃기만 했다. 그래서 풍선을 잔뜩 모아다가 허리에 묶었다. 점점 몸이 가벼워 졌다. 하나씩 풍선을 더해갈 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점프를 했을 때의 체공 시간이 길어졌다. 하나의 풍선을 더 묶으려고 하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식당 관계자들은 처다보면서 웃기만 했다. 저 사람들은 걱정도 안 되는 걸까? 내가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거나 해도 저렇게 웃기만 할까? 아니면 내가 다치거나 죽으면 그게 더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해서 식당의 매출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많이 떠올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천천히 떠오르고 있지만 가만히 떠오르다 보면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풍선들이 터져서 난 떨어져 죽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토마토가 툭 하고 떨어져 퍼지듯이 바닥에 착 붙겠지. 피도 날테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가 떨어지면 시체를 보게 될 사람들 중에 아이들이 있으면 놀래서 그 끔찍한 장면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또 떨어지면서 누군가를 덥쳐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고 꼭 다치거나 죽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재산에 피해를 입게 할 수도 있다. 또 그 시체를 치워야만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얼마나 고역일까? 난 풍선을 하나씩 터뜨려서 천천히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풍선이 조금씩 줄고 지면과 점점 가까워지니 좀 더 오래 있어도 되었을텐데 너무 조급하게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난 너무 여유가 없이 산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닌데. 바닥에 내려왔는데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풍선을 나눠주던 식당으로 다시 갔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웃으며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근처 의원에서 10cc 주사기 하나를 구해 닥치는대로 풍선을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들은 나를 제지했다.

20070905

살아 돌아와줘서 기뻐요.

납치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사람이 죽을 뻔 하다가 살아 돌아왔다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요즘 이 사람들과 관련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더욱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고 올바르게 살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다운 생각과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비판보다는 칭찬과 화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신나간 몽상가가 되자. 왜 정신나간 몽상가냐 하면 내 생각에 제정신으로는 힘들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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