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4

세상을 사랑한 사람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것에 서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자신이 세상을 아주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세상을 위해 꼭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때에 그의 마음 속 세상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갑자기 세상이 허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없이 즐겁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 느낌과 생각들을 세상과 나누는 데 많이 서툴러서 사람들은 그저 그가 이상한 사람중의 하나라고 여기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다 못해 오해하고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하는 세상을 그의 모든 가슴으로 사랑했다. 그래봤자 그사람들에게 나쁘짓은 못하는 많이 이상한 사람 이라고 여기게 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부모님에게 의지해 그 긴 날들과 더이상 부모님께 더이상 폐를 끼칠 수 없어 혼자 독립한 지난 몇년을 생각해보았다. 그 긴 시간동안 세상에 자신이 한 일들과 세상으로부터 얻은 것에 대해 천천히 되돌아봤다. 전 인류와 지구에 대한 자신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고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예상을 더한 자신의 전 생애가 가질 인류와 지구에 대한 가치에 대해 따져보았다. 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듣고 싶은 대답은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기계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을 섭취하며 그 생각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밤과 낮을 느끼며 며칠을 생각에 골똘하다가 문득 본 하늘은 무척 맑았다. 그때 그는 조금 그 생각들에 지쳐서 조금 감상적이 되어 있었다. 그 도달할 수 없으며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극도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저 파란 하늘과 자연을 보고 느끼고 누리는 것에 감사하기만 하면서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목적이나 이유같은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쉽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쓸모를 모른 채 그저 감사하면서만 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창문을 닫고 형광등불에 의지해 자신의 사유를 계속해나갔다.

정확한 시간은 더 이상 그가 시간이 흐르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자신의 방 속에만 있었기에 알 수 없지만 한 보름쯤 지났을까 아니 한 달정도 됐을지도 모를 어느 날 그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정할 수 있었다.

나 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오고 있었어. 내가 그런 도움과 관심을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세상엔 도움을 받고 관심을 가져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 더 좋게 쓰여져야 할 도움과 관심이 내게 머물러 소모되고 사라지는 거야. 내게 주어진 사랑과 관심은 어디에 남아있는 걸까? 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여유가 없어. 나 혼자 살기도 너무 버거워. 순환되지 않고 내게서 사라지는 사랑과 관심의 흐름을 이제 차단해야겠어. 그럼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아지고 공평해지고 에너지가 넘치게 되겠지. 난 쓸모없는 나 자신을 나만의 욕심으로 살아있도록 놔둘 수는 없어. 내가 가진 마지막 용기로 세상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겠어.

그가 가진 마지막 열정과 용기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답지 않게 서둘렀다. 그는 그게 자신에게 이유없이 주기만 한 고마운 세상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서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사는 10층 아파트 꼭대기에 올라가 뛰어내렸다.

때마침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출출해서 편의점에 걸어가던 여학생이 그 밑을 지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그 여학생 위에 떨어졌고 그는 바라지도 않은 목숨을 다시 얻고 말았다. 그 여학생은 머리가 깨져 죽었다.

그 는 그 여학생이 너무 안쓰러웠다. 두 다리는 부려졌지만 겨우 그정도였다. 그는 기어서 그 여학생에게 가 시체를 꼭 안았다. 깨진 머리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의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야 했는데 그 여학생의 머리가 깨진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거기에 누군가 올 때까지 울고있고만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울음을 꾹 참고 다시 기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힘으로 다친 다리를 끌고 기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결국 그는 그렇게 세상에 대한 그의 사랑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현했다. 그는 떨어지면서 비명같은 소리로 "미안해!"라고 소리쳤다.

댓글 1개:

  1. 익명14:25

    휴....
    너무 슬픈얘기예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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