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9

풍선을 타고 잠시 날다.

새로 생긴 음식점 앞에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이 많이 있었다. 많은 풍선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음식점 안에는 더 많은 풍선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환하게 웃는 여자가 나눠주는 풍선을 받아가지고 그냥 가려다가 장난으로 풍선을 더 가져가려 했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도 나를 보며 웃기만 했다. 그래서 풍선을 잔뜩 모아다가 허리에 묶었다. 점점 몸이 가벼워 졌다. 하나씩 풍선을 더해갈 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점프를 했을 때의 체공 시간이 길어졌다. 하나의 풍선을 더 묶으려고 하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식당 관계자들은 처다보면서 웃기만 했다. 저 사람들은 걱정도 안 되는 걸까? 내가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거나 해도 저렇게 웃기만 할까? 아니면 내가 다치거나 죽으면 그게 더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해서 식당의 매출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많이 떠올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천천히 떠오르고 있지만 가만히 떠오르다 보면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풍선들이 터져서 난 떨어져 죽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토마토가 툭 하고 떨어져 퍼지듯이 바닥에 착 붙겠지. 피도 날테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가 떨어지면 시체를 보게 될 사람들 중에 아이들이 있으면 놀래서 그 끔찍한 장면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또 떨어지면서 누군가를 덥쳐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고 꼭 다치거나 죽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재산에 피해를 입게 할 수도 있다. 또 그 시체를 치워야만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얼마나 고역일까? 난 풍선을 하나씩 터뜨려서 천천히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풍선이 조금씩 줄고 지면과 점점 가까워지니 좀 더 오래 있어도 되었을텐데 너무 조급하게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난 너무 여유가 없이 산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닌데. 바닥에 내려왔는데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풍선을 나눠주던 식당으로 다시 갔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웃으며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근처 의원에서 10cc 주사기 하나를 구해 닥치는대로 풍선을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들은 나를 제지했다.

댓글 1개:

  1. 익명01:52

    참...상상력이 풍부하군요~

    근데...

    난...

    자꾸 이토준지의 만화가 생각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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