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30

내게, 가려지지 않는 태양 같은

2006년 C.C.C. 여름수련회를 준비하는 여호수아 기도회에 갔다.
찬양을 드리는데 눈이 부시고 더워서 점퍼에 달린 모자를 썼다.
어느 순간 갑자기 조금 어두워져서 하늘을 봤더니 작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겨우 그깟 작은 구름이 태양을 가렸을 뿐인데 마치 온 세상이 어두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구름 주위 사방으로 빛이 세어나오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이 지나가고 다시 태양은 쳐다보기 힘든 눈부신 빛을 발했다.
한결같이 환한 빛을 내는 너무 이쁘고 맘에 드는 눈부신 태양을 보고 있으려니 울컥 눈물이 솟았다.
어둠같은 게 날 감싸는 것도 잠깐이겠지.
찬양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이 각자에게 어떤분인지 고백하자고 하셨다.
난 하나님께 '당신은 제게 저 가려지지 않는 태양같은 분이에요.'하고 말씀드렸다.
물론 태양보다도 훨씬 더 위대하고 멋지신 분이겠지만.

20060420

많은 사람들 틈 어디엔가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나는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금세 그 독창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이 날 구별해 내고
내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며
사람들과 친숙하게 어울리지만 함부로 하지 못하는 힘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명동이나 종로에 가면 예쁘고 멋지게 꾸민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특정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구분해서 관찰하기가 힘들다.
그 수많은 사람들도 내가 거기에서 '여기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지 모를 것이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지 신경쓸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들로 바빠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흩어져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를 예전의 내가 알았다면 많이 실망할까?
내가 예전의 그 막연한 꿈을 꾸던 아이에게 "눈에 띄지 않게 저기 저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는 삶을 유지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지낼 때 겸손한 듯 자기를 낮출 때가 많은데, 그건 겸손이나 양보가 아니라 자포자기이다.
하지만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고 여기면서도 경제적, 신체적 부족함으로 기본적인 삶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저 사람들보다는 환경이 좋구나.'하면서 위안을 얻는 것을 보면
내가 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가 보다.

나중에,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훨씬 많을 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사람들이 다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돌아보기에 의미가 있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 여기며 혼자서도 씨익 웃고 싶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각자 자기 일 하면서 나같은 바램을 할까?
그러던지 말던지.
사람들은 너무 많고 지금은 내 몸 하나 추스르기에도 벅차다.
나부터 살고 봐야지.

부지런해서 뭔가 근사한 것들을 자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뭔가 할 게 있을 텐데.

20060404

소심이라는 단어가 자꾸 내 머릿속에 맴돌아.

어떤 사람의 소심함을 표현하는 말 중에 "집에가서 일기쓴다."란 말이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짓이 딱 그 꼴이라는 생각.

모두의 마음에 들 순 없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다 보면
결국 아무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사람이 된다.
모두의 마음에 드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다.
예수님조차 그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소수였다.
내가 가려고 하는 한 방향으로 가자.
오해도 있을 수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고 가자.

근데 자꾸 옆에서 뭐라고 하는게 신경쓰인다.
소심한 녀석.

변명

난 말을 잘 못하며(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말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내 뜻을 오해하면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변명하는 말을 해야 한다.
변명을 할 때엔, 아닌 척 하지만, 얘기 안 할 순 없어서 마지못해 말을 할 때가 많다.
나름대로 친절하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더 이상 오해하지 않도록 애쓴다.
마음속으로는 '될 되로 되라지'하는 아니면 더욱 오해하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엔 오해가 안 풀릴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구차한 변명으로 나를 나쁘게 보지 않기를 원한다.
별로 말도 안 하다가 기껏 내가 하는 말들은 다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변명인 듯할 때가 있다.
난 왜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게 애쓸까?
실제로 그렇게 좋은 사람도 아니면서.
겁이 너무 많다.
주위 사람을 너무 의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