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0

많은 사람들 틈 어디엔가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나는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금세 그 독창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이 날 구별해 내고
내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며
사람들과 친숙하게 어울리지만 함부로 하지 못하는 힘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명동이나 종로에 가면 예쁘고 멋지게 꾸민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특정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구분해서 관찰하기가 힘들다.
그 수많은 사람들도 내가 거기에서 '여기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지 모를 것이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지 신경쓸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들로 바빠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흩어져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를 예전의 내가 알았다면 많이 실망할까?
내가 예전의 그 막연한 꿈을 꾸던 아이에게 "눈에 띄지 않게 저기 저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는 삶을 유지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지낼 때 겸손한 듯 자기를 낮출 때가 많은데, 그건 겸손이나 양보가 아니라 자포자기이다.
하지만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고 여기면서도 경제적, 신체적 부족함으로 기본적인 삶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저 사람들보다는 환경이 좋구나.'하면서 위안을 얻는 것을 보면
내가 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가 보다.

나중에,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훨씬 많을 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사람들이 다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돌아보기에 의미가 있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 여기며 혼자서도 씨익 웃고 싶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각자 자기 일 하면서 나같은 바램을 할까?
그러던지 말던지.
사람들은 너무 많고 지금은 내 몸 하나 추스르기에도 벅차다.
나부터 살고 봐야지.

부지런해서 뭔가 근사한 것들을 자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뭔가 할 게 있을 텐데.

댓글 3개:

  1. 익명12:59

    그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낄수도 있지만, 그속에 포함되어 있는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당신의 생각과 모습과 당신자체는 너무나 특별하답니다.
    세상에 으뜸되고 멋진 그런 황금새장같은 삶보다는 평범하지만 조용하게 그저 자기의 삶을 잘 추스려 나가는 사람이 더 멋있을지도 몰라요. 하나님께서도 그런사람을 쓰시기도 하시구요....
    당신은 분명 특별한 존재입니다.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요. 아직 그것을 찾지 못해서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분명 세상을 향한 당신의 비젼을 찾기 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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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게 되겠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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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부터 살고 봐야지라뇨~
    정말 근사한 반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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