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6

전문 의료인의 솜씨

여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실로 보내고 1인실에서 기다렸다. 여동생이 힘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여동생을 침대차에서 1인실 침대로 옮기고 나자 간호사가 "잠깐 환자분 처치할 거니까 잠시만 나가게세요."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지겨워질 틈도 없이 금새 간호사는 나오면서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하고 말했다.

들어가보니 동생은 잘 처치되어 있었다. 그토록 조용하게 그리고 이렇게 빨리 처치하다니 놀라웠다. 역시 전문 의료인의 솜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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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9

조용한 산모

한 산모가 입원하셨는데 비고란에 kyposis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른 선생님께 물어보려다가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의학용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척추후만증이었다. 그 산모는 조용하고 키가 작았다. 얼굴이 작고 밝은 인상이었지만 크게 웃지 않으려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너무 착해서 다루기 쉬운 형의 산모였다. 수술 전에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어려서 넘어져서 그랬다고 했다.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실로 가는 과정에서도 아주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었고 질문도 없었다. 평소처럼 수술을 다 마치고 회복실에 산모를 두고 다른 일을 보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그 산모가 작은 소리로 부르는 것 같아서 가보았더니 자기가 토했다고 말했다. 수술하기 전에는 금식을 하게 되어 있어서 토해도 음식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여러차례 직접 본 바에 의하면 녹색의 위액을 토한다. 그 산모도 그 녹색의 위액을 토했다. 침처럼 약간 점액질이고 냄새도 숟가락 빨고 놔두면 침이 마르면서 나는 그 냄새와 비슷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토한 게 분명했다. 그 녹색의 점액질을 머리카락과 오른쪽 어깨가 푹 젖을 정도로 토했다. 난 우선 고인 것부터 닦아내고 머리카락을 닦고서야 얼굴을 안 닦았다는 것을 깨닫고 입 밑으로 흐른 자국을 닦았다. 그 때까지 아무말도 없었다. 토하려는 느낌이 있었을 때도 제대로 큰소리도 치지 못하고 혼자 토하고 혼자 조용히 참고 있었을 산모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난 아무래도 시트도 갈고 옷도 갈아입혀야 할 것 같아 다른 선생님을 불러 함께 옷을 갈아입혀드렸다. 그 산모가 그렇게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이 된 것이 어렸을 때의 사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산모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그리고 그 사고가 그 산모가 그렇게 너무 조용하게 위축되어 살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왜 어떤 사람은 잘못한 일도 없이 저렇게 조용하게 살고 어떤 사람은 잘 하는 것도 없이 자기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사는 걸까? 그런 의문들을 조금 해보다가 일이 바빠 일이나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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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8

갑자기 찾아온 추위와 동반된 눈

겨울엔 별로 춥지도 않더니 추위를 어디다 잘 숨겨 두었다가 3월이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매섭게 찬 바람이 불고 눈까지 내린다.

그래도 그 하얀 신기하고 재미난 것은 뜬금없는 때에 나타나도 반갑고 기분 좋게 했다.

올해는 사진기에 눈 사진을 못 찍었구나.

다음에 한 번 더 오면 그 때엔 꼭 찍어줄게.

아니면 올 해 겨울이 오면 찍지 뭐.

안 추워서 겨울같지도 않다고 했었는데 추워지니까 안 추웠던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서 피부에 닿는 햇살이 따뜻하다고 느껴질 진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다음 겨울엔 제대로 춥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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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7

테스트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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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만 말하고 싶다.

난 얘기가 길어지는게 싫다. 한 문장이면 될 것을 길게 이야기하는 게 싫다.

말하기를 강요받는 것은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억지로 말하다 보면 상처주는 말을 하곤 한다.

차라리 입을 쳐 닫고 있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말없이 있는 것은 상대를 자극시킬 뿐이다.

그냥 이제 그만 얘기하고 싶은데 상대는 대화를 끝내지 않는다.

그래서 용기 내어 그만 얘기하자고 해도 쉽게 끝내주지 않는다.

나하고는 다들 조금씩만 말했으면 좋겠다.

그게 날 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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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5

계속 이럴 수도 있겠지.

시간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
종일 집에서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보냈다.
누워서 뒹굴다가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실컷 자기도 했다.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밖에 나가기도 싫고 이것 저것 다 귀찮았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나중에 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짧고 소중한 삶을 길고 지루하게 느끼면서 뭘 해야할지도 모른채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살다보면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