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9

조용한 산모

한 산모가 입원하셨는데 비고란에 kyposis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른 선생님께 물어보려다가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의학용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척추후만증이었다. 그 산모는 조용하고 키가 작았다. 얼굴이 작고 밝은 인상이었지만 크게 웃지 않으려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너무 착해서 다루기 쉬운 형의 산모였다. 수술 전에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어려서 넘어져서 그랬다고 했다.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실로 가는 과정에서도 아주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었고 질문도 없었다. 평소처럼 수술을 다 마치고 회복실에 산모를 두고 다른 일을 보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그 산모가 작은 소리로 부르는 것 같아서 가보았더니 자기가 토했다고 말했다. 수술하기 전에는 금식을 하게 되어 있어서 토해도 음식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여러차례 직접 본 바에 의하면 녹색의 위액을 토한다. 그 산모도 그 녹색의 위액을 토했다. 침처럼 약간 점액질이고 냄새도 숟가락 빨고 놔두면 침이 마르면서 나는 그 냄새와 비슷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토한 게 분명했다. 그 녹색의 점액질을 머리카락과 오른쪽 어깨가 푹 젖을 정도로 토했다. 난 우선 고인 것부터 닦아내고 머리카락을 닦고서야 얼굴을 안 닦았다는 것을 깨닫고 입 밑으로 흐른 자국을 닦았다. 그 때까지 아무말도 없었다. 토하려는 느낌이 있었을 때도 제대로 큰소리도 치지 못하고 혼자 토하고 혼자 조용히 참고 있었을 산모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난 아무래도 시트도 갈고 옷도 갈아입혀야 할 것 같아 다른 선생님을 불러 함께 옷을 갈아입혀드렸다. 그 산모가 그렇게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이 된 것이 어렸을 때의 사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산모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그리고 그 사고가 그 산모가 그렇게 너무 조용하게 위축되어 살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왜 어떤 사람은 잘못한 일도 없이 저렇게 조용하게 살고 어떤 사람은 잘 하는 것도 없이 자기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사는 걸까? 그런 의문들을 조금 해보다가 일이 바빠 일이나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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