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30

피곤함

너무 지쳐서 눈이 마구 감기고 쓰러지기 전에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이 정도면 피곤하겠지.'하는 마음이다.
'오늘 일이 바쁘고 힘들었으니 내가 피곤할 거야.'
'어젯밤에 잠 안자고 놀았으니 난 졸립고 피곤할 거야.'하는 생각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서
더 자야 할 것 같고,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하루 3~4시간만 자면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 활기차게 의욕적으로 사는 사람의 얘길 듣고서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내가 정말 피곤했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피곤하다고 엄살피우며 참 잘 쉬며 살았다.
고마워. 덕분에 잘 쉬었어.

20060329

불친절함 그러나 진실함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어쩌면 처음 대면할 때에는 불친절해 보일 지도 모른다. 반대로 첫 대면에서 너무 좋은 모습과 완벽한 면만 보았다면 그 안에 진실된 마음이 없을 수도 있다. 첫 인상은 커다란 힘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첫 인상을 믿지 않고 싶다. 첫 인상은 준비되고 왜곡되기 쉬우니까. 그 사람의 진실됨을 아는 것은 판단을 유보한 채 조금의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진실된 사람처럼 보이려면 정말 진실된 사람이 되는 수 밖에 없다. 오래도록 진실됨을 가장할 순 없다. 만약 평생 자신 안에 거짓을 감추고 진실된 모습처럼 꾸미며 사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오래 진실된 모습을 가장하다 보면 정말 진실된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

20060323

개구리의 본분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개구리로서 올챙이적을 잊고 개구리의 시선으로 올챙이를 바라보는 것은 개구리의 본분이다.
아니라면 그걸 개구리라고 할 수 있을까?
개구리가 되어서도 예전 올챙이적 생각을 간직한다면
자신도 피곤하고
올챙이들도 부담스럽고
같은 급의 개구리들로서도 여간 꺼림직한 것이 아니다.
올챙이는 어서 빨리 개구리가 되어야 할 따름이다.
개구리가 자주 쓰는 "꼬우면 니가 개구리해라." 라는 말은 자연의 순리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간혹 자신의 본분을 잊고 올챙이적을 잊지 않아 모두를 불편하게하는 정신나간 개구리가 몇마리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치사해.

1.

ㄱ : 세상에 죽지 않는 게 있을까?
ㄴ : 난 죽지 않아.
ㄱ : 치사해. 넌 무생물이잖아.


2.

ㄱ :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ㄴ : 난 변하지 않아.
ㄱ : 치사해. 넌 관념이잖아.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십시오.

먹어도 된다는 건가?

20060314

진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사람의 안타깝고 답답한 진심이 느껴진다.
그런데 가끔 내게 칭찬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저 사람이 그냥 내 기분 좋게 하려고 칭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의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20060311

수술실에서


수술실에서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총무과 직원이 찍어줌.
사진기가 되게 좋아 보였음.
병원 직원 홈페이지에 들어갈 사진이라고 함.

20060308

침착하게 빠져나오다.

퇴근 길에 디브이디나 한편 빌려 보려고 비디오가게에 들렀다. 영화를 하나 집었다가 아까 직장에서 회비 내서 돈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들고 있던 디브이디를 내려 놓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돌아보다가 그 비디오 가게에 없을 것 같은 비디오 제목을 하나 댔다.
"휴먼 네이쳐 있어요?"
주인 아주머니는 없다고 하셨다. 난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미련 없이 거길 빠져나왔다.

20060307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

전자렌지용 강냉이는 어떨까? 팝콘보다는 조금 더 큰 포장으로 만들고 외국에 수출도 하는 거다.

20060306

2번째 나이트 근무


분만 1건을 끝내고 다 치웠다. 청소도 이미 다 했고 물건도 다 채웠다. 분만 어시스트 서면서 많이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그래도 혼자 해낼 수 있었다. 이제 익숙해지고 더욱 정확해지면 된다. 많이 졸립긴 하지만, 정말 조용해서 컴퓨터 팬 소리와 냉장고 소리와 소독기 돌아가는 소리를 분간해내며 글을 쓸 수 있는 이 시간이 마음에 든다.

아까 분만을 한 산모는 분만 후에 질벽이 많이 튿어져서 꿰메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프다면서도 잘 참아내었다. 그렇게 아파하다가 자기 살 튿어내며 나온 아기를 환한 얼굴로 기뻐했다. 자식이란 게 부모에게는 그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며 어머니가 된 그 산모가 존경스러웠다.

20060304

사랑의 눈길로 돌아보시는 예수님

Luke 22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61The Lord turned and looked at Peter. And Peter remembered that the Lord had said, "Before a rooster crows tomorrow morning, you will say three times that you don't know me." 62Then Peter went out and cried hard.


누가복음 22장

61절 주님은 돌아서서 베드로를 바라보셨다. 그리고 베드로는 주님이 "내일 아침 수탉이 3번 울기 전에, 너는 나를 3번 모른다고 할 거야." 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했다. 62절 그리고 베드로는 나가서 크게 울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아끼는 제자였고 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자였다. 예수님이 베드로가 자신을 부인하리란 것을 아시고 그것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베드로는 절대 자신은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으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을 3번 부인했고, 베드로가 세번 예수님을 부인했을 때 예수님은 베드로를 돌아보셨다. 베드로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시선은 '니가 그럴줄 알았다.'거나 '너 두고 보자.'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통해 자신의 죄를 깨달았다. 그리고 베드로는 더이상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예수님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예수님의 베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의 모든 약점을 알면서도 기다려 주시고 한번 더 바라봐 주시는 것이었다.예수님의 아끼는 제자였던 베드로조차 약하고 세상을 두려워할 때가 있었지만 예수님의 사랑의 눈길을 통해 세상에 예수님을 알리는데 크게 쓰임받는 사람이될수 있었다. 베드로에게는 비교도 되지 못할 나에게도 주님이그 따뜻한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으시다는 것을 안다. 주님의그 엄청난 정의와 사랑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에는 베드로처럼 크게 울고 깨닫자. 더이상 나를 바라보는 주님을 슬프시게 하지 말자.

20060301

그에게는 아주 소중한 사람

제왕절개를 마친 산모의 보호자(남편)에게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며 환자는 건강하고 회복실에서는 면회가 안되며 2시간 후에 병실로 보내드리니 병실에서 기다리시는게 좋다고 말씀드렸다.
남편이 다 듣더니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하면서 수술실 앞 의자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래서 난 환자가 나오는 곳과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가르쳐 드렸다.
들어가서 남편이 기다리는 그 환자의 혈압을 측정했다.
'나한테는 수많은 환자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는 소중한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르게 대한 것은 없지만 내가 좀 더 친절하게, 신경써서 환자를 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혈압을 재고 나니 환자가 "밖에 보호자 있어요?"하고 물었다.
"네."하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환자는 안심하는 듯 했다.
그 부부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