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8

자는 시간을 줄이면서 쓰는 글

아침엔 일어나기 싫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저녁에는 일찍 자기 싫다.
별로 할 일도 없는데 깨어 있고 싶다.
뭘 좀 먹을까?
책을 좀 볼까?
뭔가를 조금 더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자야 할 것 같다.
내가 깨어 있으면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이 몇 초씩, 몇 분씩 줄어든다.
조금 아쉬운 데로 자야 한다.
뭐든지 약간 모자란 듯한 상태에서 그만 해야 뒤탈이 없고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조금씩 물러나는 만족의 선을 따라잡아가며 채우다 보면 무리가 생기고 무언가 부작용이 생긴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음악을 이어폰으로 많이 들으면 청력이 소실되고
인터넷을 오래 돌아다니면 눈이 나빠지고 시간이 지나간다.
애초에 무언가가 나를 완전히 채워 만족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자.
나를 무한히 채울 무엇인가는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쉽게 만족을 얻으려고 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구한다.
그리고 아직 난 그런 것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가끔 저 너머에 어렴풋한 빛이 보이는 것 같다.
언젠가 저 빛에 한번 가긴 해야겠는데.
여기서 망설이다가 내게 맞겨주신 일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일단 지금은 자야겠다.

20060821

3년차 동미참 예비군 훈련 첫날

동미참 예비군 훈련 첫날을 마치고 왔다.

씨디피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릴 것이라고 해서 관뒀는데 우겨서 가져갈 걸 그랬다.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에 음악을 들었으면 훨씬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전날 어머니가 밥값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난 자려고 하는 참이어서 밥값 준다고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 밥값은 끝날 때 주었다. 그 사람들이 일부러 나 굶기려고 일부러 밥값을 끝나고 주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갈 때 신분증 돌려주면서 받았으니까.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처음 들어가면서 핸드폰을 반납해서 시간을 모르고 지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점심시간이 꽤 길었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잠도 오질 않았다. 대신 내가 자리잡아 누운 바깥 벤치 옆에서 같은 부대 전역한 사람 몇이서 얘기하는 소릴 들었다. 서너명이서 끝도없이 말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다. 대신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를 들리게 내버려 두었다. 대부분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지마켓에서 의류를 파는 사람이었다. 군에 있을 때는 나가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왔더니 사는 게 그리 쉽지 않았지만 예전에 하던 장사하는 일을 하나 끝까지 잡고 하니까 이젠 조금 기반이 잡힌다고. 지마켓에 연애인 샾이 있는데 거기에 쓰일 화보 촬영하는 연애인을 보았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았다고. 함께 간 여자친구가 여자로 안 보일 정도였다고. 그래서 그 뒤로 성격차이도 점점 심해져서 칠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지금은 여자보다는 기반을 닦아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여자는 돈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그때 연애인을 보면서 나도 저런 예쁜 여자 만나고 싶었다고.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이 역시 돈이라고. 예쁜 연애인들 다 재벌 2세랑 결혼한다고. 잘 생긴 것도 필요 없고 능력도 필요 없다고. 능력 많아도 돈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다. 돈 많이 벌어서 안정이 되면 그때 예쁜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듯 했다. 난 잠도 오지 않아 괜히 꼼자락 거리면서 난 무얼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다가 마땅한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내 꿈이 예쁜 여자를 얻는 것이 꿈이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확실하고 선명해 질까?


무언가 생각을 해보다가 말았다가 내가 좀 한심한 것 같기도 하다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가 지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가도 또 너무 게으르고 쉽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옆에서 떠들어서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늘에 있는 벤치에 누워 바람이 살살 부는 것을 느끼는 한가한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전화도 없고 돈도 없었고 그 시간엔 그저 그렇게 누워 있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밖에 있었다면 체크카드로 뭔가를 사먹었거나 전화기로 문자나 전화를 하거나 돌아다니거나 할 텐데 일 없이 그냥 누워 있었다. 별 의미 없이 그저 한가해서 맘에 드는 시간이었다.

끝나자 마자 전화를 걸어서 여자친구에게 실없는 소리나 해댔다. 여자친구가 아직 내 농담에 웃어주는 게 참 다행이다.

군대에 관한 안좋은 추억

난 군대에 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지 말라고 말한다. 여자들이 남자는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 속에서 반발심이 일어난다.

여자들도 군대 가 봐야 한다고 그래야 그런 소리 안 한다고 하자 어떻게 연약한 여자들을 군대 보낼 생각을 하냐고 어떤 여자분이 말씀하셨다.난 더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가보지 않고 군대에서의 시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답답함을 그 긴장감을 그 끝없는 죄책감과 절망을 그 광기를 그 울분을 그 수치심을 그 상처를 그 불안한 잠들을 그 공포를

남자들도 연약하단 말이야. 맞으면 아프고 집에서 떨어지면 외롭고 많이 움직이면 힘들고 종처럼 부려지면 싫단 말야.

내가 군대에서 얻은 것이라곤 그 무시무시한 획일화와 강요와 압박에 대한 무한한 반발과 증오심 뿐이야.

여자들은 군대 가지마. 남자들에게 힘든 곳이라면 여자에게도 힘들 꺼야. 당신들이라도 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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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4

나를 보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여자친구 아는 사람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인사하더니 가버렸다. 그 사람이 왜 그냥 갔냐고 물었더니 나를 보고 싶어했고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했다. 그냥 보고만 가다니. 그 사람은 나를 잠깐 보고도 어느정도 나를 파악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

잠깐 동안 나에게서 무언가를 보았다면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주면 고맙겠다. 내가 나를 다른 사람이 보는 것처럼 볼 수는 없으므로 궁굼하다.

난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떻게 보이는 사람일까?

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행복을 빈다. 진심이다. 누군가의 행복에 도움을 주는 그런 멋진 사람이고 싶다. 캬. 좋은데.

20060811

톰과 제리의 당연한 결말

"엄마, 엄마!."
하고 티비를 보던 아이가 소리쳤다. 아이의 어머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선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엄마, 제리가 잡혔어."
어머니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서 마음을 놓고 아이에게 말했다.
"걱정하지마, 제리는 금방 도망칠 거야."
어머니는 그게 톰과 제리의 마지막회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평소처럼 하루종일 제리를 쫓다가 지친 톰은 우유를 찾았다. 혹시 제리가 우유에 뭔가를 탔을 지도 몰라서 발톱에 살짝 찍어서 맛을 봤다. 다행이도 우유에 이상은 없었으나 그 얄미운 제리 때문에 우유도 편하게 먹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오늘도 제리에게 완벽하게 당한 하루였다. 꼬리는 털이 벗겨졌고 엉덩이는 토치의 불꽃에 타서 빨겠고 얼굴엔 선인장 가시가 잔뜩 붙어 있었고 머리에는 혹위에 혹이 나있었고 바보같이 제리가 준 여송연을 피우다가 터져서 사자머리 처럼 털이 일어났고 얼굴은 그을렸다. 정말 화가 치밀어오르고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서 맛있는 우유도 그만 먹고 제리를 찾아 나서려다가 참았다. 톰은 침착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난 평생 저 조그만 제리 녀석에게 당하는 역을 맡은 것일까? 만약 내 인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정해져 있다해도 난 인정할 수 없어. 내가 아무리 애써도 지금의 바보같은 내 모습처럼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정말 편하게만 살려면 이 집을 뛰쳐나가 제리 녀석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난 평생 고양이로서 떳떳하게 살 수 없을 거야. 이 집에선 먹을 것도 충분히 주어서 예전 선조들처럼 쥐를 굳이 잡아먹지는 않아도 되지만 이 제리 녀석 잡히기만 하면 뼈째 다 씹어삼킬 거야! 제리 녀석을 해치우고 내 한계를 넘어설 거야.

예리한 시청자는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톰의 그 결심 이후로 톰의 눈은 좀 더 날카로워졌다. 톰은 매일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갔다. 매일 아침 동네 슈퍼까지 왕복 달리기를 했고 자신의 발톱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날카롭게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먹을 것이나 선물에 현혹되지 않았으며 제리의 행동 패턴을 익혀서 다음 행동을 예측해갔다. 필요시에는 다른 동물들과 거래해서 함께 제리를 쫓기도 했다. 제리에게 놓는 덫은 더욱 빠르고 가볍고 정교하게 개량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당연하게도, 톰은 자신의 한계를,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너무 싱거워서 톰은 어이가 없었다. 제리가 집에 있던 케익을 혼자 다 먹고 자기 집에 가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톰은 몰래 뚫어놓은 비밀통로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톰은 성급하게 다가가 잡으려다가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제리에게 다가가서 밧줄로 팔을 뒤로 젖혀 묶고 두 다리도 묶고 몸통을 감아서 묶어 제리의 쥐구멍 천장에다 매달았다. 이 개념없는 제리녀석은 그때까지도 자고 있었다. 톰은 그냥 제리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생 최대의 적과 추억이 될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었지만 톰은 어느새 멋진 짐승으로 변해 있었다.

톰과 제리가 나눈 이 대화는 편집에 의해 잘려나가 어린이들이 티브이로는 시청할 수 없었다.

톰: 제리, 일어나라.
제리: 뭐야? 내가 잡힌거야?
톰: 그래. 너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니야?
제리: 우습게 보기는 딱 제대로 봤지. 넌 항상 실수투성이였으니까.
톰: 그래서 난 너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결국 너를 잡았다.
제리 : 니가 그래 봤자지. 난 이 만화의 주인공이라고. 아무리 니가 애써도 난 언제나처럼 여길 빠져나갈 거니까.
톰: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널 놓친다고 해도 결국 언젠가는 널 잡고 말 것이다.
제리 : 어? 저기 스파이크가 쫓아온다!

톰은 속지 않았다. 톰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톰은 스피이크는 비밀 통로를 알지 못하며 만약 스파이크가 비밀 통로를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스파이크는 덩치가 커서 여기까지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리: 어쭈. 안 속네.
톰: 하나만 묻자. 도데체 넌 어떻게 그렇게 날 따돌릴 수 있었냐?
제리: 당연히 내가 주인공이니까지. 난 천부적으로 너보다 영리하고 또 주인공답게 귀엽게 생겨서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어. 너한테는 안 된 이야기지만. 세상은 내 편이지.
톰: 난 인정할 수 없어. 고양이가 쥐를 이기는 게 당연한 거야!

톰은 제리와 더이상 대화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겨서 그의 예리한 발톱으로 제리의 경동맥(Carotid Artery)을 정확히 잘랐다.

티비에서 톰과 제리의 마지막화는 이렇게 제리의 죽음으로 끝이났지만 티비 미방영분에는 약간의 얘기가 더 남아 있었다.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에 아이는 제리가 죽으면서 끝이나는 톰과 제리 마지막 장면을 보았다. 외면받고 조롱당하던 톰의 승리를 본 아이의 인생은 조금 시니컬해졌다. 처음에 아이는 제리를 불쌍히 여겼으나 점점 커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인생이 톰과 더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톰은 제리의 맥박이 뛰지 않고 더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비로소 안심을 했다. 톰은 더이상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살지 않았다. 톰은 제리에게 쌓인 울분을 떠올리며 제리의 얼굴을 발톱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제리의 얼굴은 예리하게 파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톰은 제리를 묶은 밧줄을 풀고서 자신의 결심대로 제리를 뼈째 다 씹어먹었다.

톰이 밖으로 나가자 햇빛에 눈이 부셨다. 평소처럼 제리에게 당한 상처대신 제리의 피가 톰의 온몸을 덮고 있었다. 동물들은 톰을 두려워하거나 제리를 위해 울었다. 더 이상 톰에게 다가서는 동물은 없었다. 그 후로 톰은 외로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톰은 주위에 자신을 쳐다보는 동물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래, 난 언제나 나쁜 놈이지." 하고 말하며 시냇가로 가서 피를 닦았다.


Tom and Jerry

The End

20060810

갑자기 생긴 힘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 괴롭히던 그녀석을 생각하며 전봇대를 쳤더니 전봇대가 부러졌다. 전깃줄이 끊어졌다. 누군가의 집에 전기가 안 들어와 당분간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미안해 졌다.

평소처럼 다시 그녀석을 보게 되었다. 교묘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있게 하거나 예전 사람에 비해 내가 못한다는 말로 신경 거슬리게 하거나 간간이 나보고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그녀석이 입을 열 때마다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돌로 만든 전봇대마저 부러지게 만든 주먹인데 그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얼굴이 뭉개지고 으스러질 것 같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어느 날 일이 늦게 많아서 늦게 끝나는 날이 있었다. 그녀석은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하면 큰 죄를 짓게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둘러서 나갔다. 난 같이 나가면서 불편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할 때처럼 서두르기는 싫어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집으로 걸었다. 사람이 뜸한 골목에서 그녀석을 보았다. 그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석은 돈을 뺏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두 사람이 그녀석을 벽에 몰아붙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석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더니 도망갔다. 너무 얼떨결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도망갔지만 금새 따라잡았다. 내 발은 이런 긴박한 순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가 가진 돈 전부를 요구했다. 이 사람들은 그 돈이 어디에 필요한 것일까? 물어봐도 가르쳐 주지도 않겠지. 대답도 안 하고 돈 꺼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나를 벽으로 밀어 붙이고는 다른 사람은 주먹으로 내 배를 세게 쳤다. 많이 아팠다. 이 사람들은 더 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한 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똑같이 있는 힘껏 배를 친다면 배가 뚤리고 내장이 튀어나올 것이고 분명 죽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지갑에서 돈을 다 꺼내 주었다. 그 사람들은 내 돈을 세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평소에도 그리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돈도 뺏기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도망간 그녀석이 얄미운 마음에 분해서 이생각 저생각 하느라 더욱 더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다 보니 문 닫은 슈퍼 옆에 펀치 머신이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힘껏 쳤더니 기계가 부서지면서 4~5m 정도 날아갔다. 아마 최고 기록이었을 거야 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집으로 가면서 내게 왜 이런 힘이 생겼고 난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싸움을 하기에는 힘이 너무 셌다. 다 죽어버릴 테니까. 그냥 이 힘이 없는 것처럼 살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고 언젠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소리치는 모자 만드는 사람쳐럼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힘을 과시하게 될 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막노동 하는 곳에 가서 철거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힘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 때려부실 자신 있었다. 일을 너무 잘 해서 몇 만원 더 얹어줄 지도 모른다. 또 나에게 서로 일을 하게 하려고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지도 모른다. 나중엔 이 업계에서 최고란 소리를 듣게 되겠지.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녀석이 있는 일하던 곳으로 가지 않고 가까운 인력사무소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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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밤이 조금 더 긴 나라

넌 밤이 더 긴 나라랑 낮이 더 긴 나라랑 있다면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어?

밤이 더 긴 나라.

왜?

밤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감춰지고 불빛에 비친 풍경이 더 예쁘거든.

넌 뭔가 숨기고 싶은 게 많구나? 뭔가 음흉한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좋아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뭐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들 사람들이 관심갖는 것도 싫고 나도 다른 사람들 별로 관심이 없나봐. 좀 조용히 살고 싶어.

난 밤이 긴 곳에 있으면 우울해질 거야. 밖에서 운동도 못하고 답답할 것 같아.

난 조금씩 가려진 듯한 밤이 좋아. 밤이 더 긴 나라에서 난 조금 더 오래 편안함을 느낄거야.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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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헤드 앤 숄더 리프레시 맨솔 샴푸로 샤워하다.


샤워를 하려고 샤워타월에 바디샴푸를 서너번 듬뿍 뿌렸는데 알고 봤더니 샴푸였다. 잠깐 머리속이 멍해졌지만 금새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자연스럽게 수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연하단 듯이 샴푸를 비벼서 거품이 나게 하고 평상시와 다름없게 행동하려 애쓰며 샤워를 했다. 하지만 내 몸에 발라진 샴푸는 일반적인 샴푸와는 조금 달랐다. 비듬 샴푸로 유명한 헤드  앤 숄더에서 새로 나온 두피에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는 헤드 앤 숄더 피프레시 멘솔이었다. 멘솔이라는 글자로 유추할 수 있듯이 약간 몸이 화 하는 느낌이었다. 약한 맨소래덤 발랐을 때의 느낌 혹은 호올스의 목을 시원하게 하는 느낌을 온 몸으로 퍼지게 한 느낌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 몸에 발라지고 거품을 내는 것이 원래 샴푸였다는 것을 잊을 수 있다면 이것을 샤워할 때마다 써도 될 정도였다! 특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몸의 예민한 특정 부위가 유달리 시원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느낌이 사못 강렬하여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으나 본인은 특정 부위의 시원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혹시나 특정 부위가 본인이 생각하는 곳과 다른 곳을 짐작할까봐 콕 찝어 말하자면 생식기 부위와 항문 주위이다. 참고로 본인은 남자이다. 여성에게 이 샴푸가 어떤 특정한 생화학적 반응을 유발시킬 지는 짐작에 맛길 따름이다. 무더운 이 여름 그 시원한 느낌이 그리워 이 샴푸를 다른 용도로 가끔 사용할 지도 모르겠다. 하긴 저 액체에 이름을 붙인 것은 그저 제작사의 바램일 뿐이다. 저 액체가 마지못해 정해진 용도 이외에 더욱 더 적절하고 근사한 용도가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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