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0

갑자기 생긴 힘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 괴롭히던 그녀석을 생각하며 전봇대를 쳤더니 전봇대가 부러졌다. 전깃줄이 끊어졌다. 누군가의 집에 전기가 안 들어와 당분간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미안해 졌다.

평소처럼 다시 그녀석을 보게 되었다. 교묘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있게 하거나 예전 사람에 비해 내가 못한다는 말로 신경 거슬리게 하거나 간간이 나보고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그녀석이 입을 열 때마다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돌로 만든 전봇대마저 부러지게 만든 주먹인데 그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얼굴이 뭉개지고 으스러질 것 같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어느 날 일이 늦게 많아서 늦게 끝나는 날이 있었다. 그녀석은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하면 큰 죄를 짓게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둘러서 나갔다. 난 같이 나가면서 불편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할 때처럼 서두르기는 싫어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집으로 걸었다. 사람이 뜸한 골목에서 그녀석을 보았다. 그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석은 돈을 뺏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두 사람이 그녀석을 벽에 몰아붙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석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더니 도망갔다. 너무 얼떨결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도망갔지만 금새 따라잡았다. 내 발은 이런 긴박한 순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가 가진 돈 전부를 요구했다. 이 사람들은 그 돈이 어디에 필요한 것일까? 물어봐도 가르쳐 주지도 않겠지. 대답도 안 하고 돈 꺼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나를 벽으로 밀어 붙이고는 다른 사람은 주먹으로 내 배를 세게 쳤다. 많이 아팠다. 이 사람들은 더 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한 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똑같이 있는 힘껏 배를 친다면 배가 뚤리고 내장이 튀어나올 것이고 분명 죽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지갑에서 돈을 다 꺼내 주었다. 그 사람들은 내 돈을 세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평소에도 그리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돈도 뺏기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도망간 그녀석이 얄미운 마음에 분해서 이생각 저생각 하느라 더욱 더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다 보니 문 닫은 슈퍼 옆에 펀치 머신이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힘껏 쳤더니 기계가 부서지면서 4~5m 정도 날아갔다. 아마 최고 기록이었을 거야 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집으로 가면서 내게 왜 이런 힘이 생겼고 난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싸움을 하기에는 힘이 너무 셌다. 다 죽어버릴 테니까. 그냥 이 힘이 없는 것처럼 살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고 언젠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소리치는 모자 만드는 사람쳐럼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힘을 과시하게 될 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막노동 하는 곳에 가서 철거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힘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 때려부실 자신 있었다. 일을 너무 잘 해서 몇 만원 더 얹어줄 지도 모른다. 또 나에게 서로 일을 하게 하려고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지도 모른다. 나중엔 이 업계에서 최고란 소리를 듣게 되겠지.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녀석이 있는 일하던 곳으로 가지 않고 가까운 인력사무소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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