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1

3년차 동미참 예비군 훈련 첫날

동미참 예비군 훈련 첫날을 마치고 왔다.

씨디피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릴 것이라고 해서 관뒀는데 우겨서 가져갈 걸 그랬다.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에 음악을 들었으면 훨씬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전날 어머니가 밥값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난 자려고 하는 참이어서 밥값 준다고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 밥값은 끝날 때 주었다. 그 사람들이 일부러 나 굶기려고 일부러 밥값을 끝나고 주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갈 때 신분증 돌려주면서 받았으니까.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처음 들어가면서 핸드폰을 반납해서 시간을 모르고 지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점심시간이 꽤 길었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잠도 오질 않았다. 대신 내가 자리잡아 누운 바깥 벤치 옆에서 같은 부대 전역한 사람 몇이서 얘기하는 소릴 들었다. 서너명이서 끝도없이 말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다. 대신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를 들리게 내버려 두었다. 대부분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지마켓에서 의류를 파는 사람이었다. 군에 있을 때는 나가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왔더니 사는 게 그리 쉽지 않았지만 예전에 하던 장사하는 일을 하나 끝까지 잡고 하니까 이젠 조금 기반이 잡힌다고. 지마켓에 연애인 샾이 있는데 거기에 쓰일 화보 촬영하는 연애인을 보았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았다고. 함께 간 여자친구가 여자로 안 보일 정도였다고. 그래서 그 뒤로 성격차이도 점점 심해져서 칠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지금은 여자보다는 기반을 닦아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여자는 돈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그때 연애인을 보면서 나도 저런 예쁜 여자 만나고 싶었다고.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이 역시 돈이라고. 예쁜 연애인들 다 재벌 2세랑 결혼한다고. 잘 생긴 것도 필요 없고 능력도 필요 없다고. 능력 많아도 돈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다. 돈 많이 벌어서 안정이 되면 그때 예쁜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듯 했다. 난 잠도 오지 않아 괜히 꼼자락 거리면서 난 무얼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다가 마땅한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내 꿈이 예쁜 여자를 얻는 것이 꿈이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확실하고 선명해 질까?


무언가 생각을 해보다가 말았다가 내가 좀 한심한 것 같기도 하다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가 지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가도 또 너무 게으르고 쉽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옆에서 떠들어서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늘에 있는 벤치에 누워 바람이 살살 부는 것을 느끼는 한가한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전화도 없고 돈도 없었고 그 시간엔 그저 그렇게 누워 있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밖에 있었다면 체크카드로 뭔가를 사먹었거나 전화기로 문자나 전화를 하거나 돌아다니거나 할 텐데 일 없이 그냥 누워 있었다. 별 의미 없이 그저 한가해서 맘에 드는 시간이었다.

끝나자 마자 전화를 걸어서 여자친구에게 실없는 소리나 해댔다. 여자친구가 아직 내 농담에 웃어주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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