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8

주일 낮에 찍은 맘에 드는 눈 덮인 풍경 사진


교회 뒤 눈 덮인 풍경,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집에서 늦게 나와서 교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배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도 뛰지 않고 걸어가다가 이 눈 덮인 풍경을 찍었다. 그것도 한장은 자동 모드로 찍고 또 한장은 설경 모드로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설경모드로 찍은 게 더 맘에 들어서 다른 한 장은 지워버렸다. 예배시간에도 늦고 또 그래서 성가대에도 못 서게 되었지만 이 사진을 찍은 것은 마음에 든다.

버스를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의자에 앉지 않아서 자리는 많았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잠깐 앉았는데 역시 엉덩이가 무척 차가웠다. 그래서 엉덩이를 떼고 시린 발 때문에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잠바에 달린 모자를 쓰고 버스 정류장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무기력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았다갔다 하면서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는 게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추운데서 벌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난 요즘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가 돌아보기도 하고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교회에 도착해서 내 친구 옆에 앉았는데 그 친구도 성가대였다. 녀석은 예배에는 늦지 않았지만 성가대에 참석하려면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예배가 끝나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친구도 나도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지금 다니는 직장이 아주 힘든 것은 아니지만 월급이 너무 적고 또 더 오를 것 같지도 않고 내게 더 이상 발전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나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꿈이 없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목사님이 나랑 친구랑 얘기하는데 둘이 어서 장가가라고 하셨다. 난 그러겠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돈도 없고 하나도 준비한 것도 없고 정신적으로 내가 한 가정을 이룰 정도로 성숙한 사람인지 확신도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결혼을 꼭 하는 거라면 빨리 하고 싶었다.

걸혼도 하고 싶고 어떤 집사님이 스키장에 놀러 가자는데 그런 제안 뿌리치지 않고 내키는 데로 놀러갈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고 내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바라는 것은 많은데 그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로서의 노력은 하는 게 없었다.

이번 주말까지 일 그만두고 새로운 일 구하는 거랑 또 목표나 꿈이나 비전 같은 것 생각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주말 전이랑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이 똑같이 고민만 하고 있다. 기도하라고 하신 하나님께 기도해야겠다. 어떻게든 하실 것이고 내가 잘못하면 바로잡아 주실 것이고, 잘 되면 좋은 거지 뭐.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책을 여자친구가 먼저 읽고 이번에 내가 받아서 두고 조금씩 읽다가 다 읽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배우자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같은 비젼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서러 도우면서 함께 살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혼자서든 둘이 함께든 꿈, 비젼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

이 글 올리고 컴퓨터를 끄고 불도 끄고 자리에 누워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꿈을 찾게 해 달라고 나를 써달라고 기도해야겠다. 너무 빨리 잠들면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냐? 불 끄고 누워서 기도하겠다는 건 너무 안일하고 내게 편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게으르게 지으시고도 나를 어딘가 써 주시겠지. 하나님 덕분에 나는 걱정도 하다 말아버린다. 미안하기도 하고 또 많이 고맙다.

댓글 2개:

  1. 늘 느끼는 사실... 은덕님의 글은 참 귀합니다. 이 글 읽고 어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요. 편히 쉬시고 앞일 준비 잘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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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일 많고 신기하고 재밌는 것도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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