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5

귀찮음의 대가(대까)

꺼내기 귀찮아 김치없이 라면을 먹게 되고 그래서 영양이 불충분하게 공급되고
일찍 일어나 움직이기 귀찮아 매일 마음 졸이며 출근하고
사람들 연락하기 귀찮아 새해인사도 잘 안하고 여자친구나 겨우 만나고 지내서 극도로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씻기 귀찮아 이도 안 닦고 잘 때가 자주여서 이는 점점 썩어가고
공부하기 귀찮아 안 해서 사람이 발전 없이 항상 그 모양이고
내게 숨겨진 능력과 재능을 개발하지 않아 도무지 뭔가를 이뤄놓은 게 없고
추울 때 한 겹 더 입기 귀찮아 얼어 디지게 춥고 나서야 후회하고
취직하기 전에 연봉이나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았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집 가까운데서 일하다가 이제 후회하고 있고
이십대 후반이 다 되었는데 귀찮아서 면허 안 따서 면허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자리도 못 구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 모든 대가를 감수할 만큼 귀찮아하는 것은 정말 끝내주게 짜릿하고 도저히 멈출 수 없을만큼 황홀하고 끊을 수 없이 중독적이라는 것이다.
난 그 대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귀찮음의 쾌락을 감싸안은 것이다.
온 힘껏 껴안아서 내 안에 퍼져들어와 하나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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