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내게 힘이 되는 사람

카밀라의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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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의 마음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처럼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 잊어달란 말 대신에 기다리라고 말 해줘. 내가 살아갈 이유를 갖고 살게 해줘. 외롭고 힘들 때, 갈 곳을 잃고 헤맬 때 언제나 너를 기다릴 나를 기억해줘."

그녀와 사소한 일로 다투고 그녀에게 거짓말하기에 지쳐서 그녀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그녀를 떠났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내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기다린다며 다시 돌아오라는 말을 했다.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단계의 정신수준이 아니었다. 난 그녀의 숭고한 마음에 감동하기보다는 섬뜩하다고 느껴버리는 녀석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 뒷걸음을 쳤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뒷걸음치다가 나중에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녀의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이 내가 살 길 같았다.

그녀가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좋게 보이는 다른 여자들이 있었지만 딱히 누군가를 정해놓은 사람은 없었다. 나와 마주치면 웃음을 보이는 여자들, 내가 지나는 곳에 있던 여자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자인 시간을 천천히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무엇엔가 쫓기듯이 성급한 내 마음은 상대방보다 한 발 앞서 고백을 하게 하고 그리고는 차였다. 그때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 이후 또 차이고 차이고 차였다. 들뜨고 자신감에 차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마음은 처참히 뭉게져서 삶의 의욕을 잃고 나 자신이 싫어지게 되었다. 그 때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불꺼진 방안에서 잠 못 이루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어떤 날 새벽에 그녀를 떠올리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바지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폴더를 열고 아직 잊지도 못한 그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하마터면 누를 뻔 한 적도 있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눈물을 꾹 참아 목으로 삼키며 전화기를 덮고는 내던졌다. "이런다고 내가 너한테 돌아갈 것 같냐?"하고 소리치고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미친듯이 한참 울부짖고는 정신을 가다듬고 꼭 다른 사람 만나리라 아니 다른 사람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녀에게만은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후로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라는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난 약해지는 내 마음을 다잡고 내 스스로 일어섰다. 그녀의 돌아오라는, 밑도 끝도 없이 선한 어처구니 없는 말은 내게 저주의 메아리로 들렸다. 거기에 지지 않으려고 코웃음치며 숨 한번 크게 쉬고 힘을 내어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어떤 여자를 만나고 다시 내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한 듯 했지만 그녀의 말이 가끔 생각났다. 나는 그녀를 온전히 잊기 위해 새로운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그게 오히려 과했는지 나를 지겨워하며 떠나갔다.

무엇을 해도 공허하고 어떤 것도 내게 기쁨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달리다가 문득 가야할 곳을 알지 못하며 가만히 있으면 내 존재가 한없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무엇인가에 열심을 내어 보아도 쉽게 질리고 애써 그녀를 잊으려해도, 아니면 무덤덤하게 생각나게 내버려두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직 나를,그녀를 힘들게 하고 그녀를 매정하게 떠나가고 그녀를 잊으려 온갖 애를 쓰는 이런 나를 기다리는 그녀가 안쓰럽고 너무 미안하다. 아냐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나 알기나 하고 기다린다고 했을까? 이런 나를 알면서도 내가 돌아오길 바란다면 그녀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젠장 이러다가 그녀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 아냐? 자꾸 그녀의 돌아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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