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1

나의 작은 손에 쥐어진 누군가의 보물

직원 야유회에 가서 보물찾기 시간이 되자 모두 보물 찾으러 나섰는데 나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다녀왔다. 보물엔 별로 관심이 없어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지만 수선생님들이 마땅찮게 여기리란 염려 때문에 천천히 보물찾는 장소로 나갔다. 보물을 찾는 둥 마는 둥 하며 여기 저기 뒤적이며 지나가는 아는 사람에게 보물 몇 개 찾았나 물어가며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돌 밑에 작은 하얀 종이 접힌 것을 발견해서 펴보았다. 네모난 작은 종이에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복"이라 써 있었다. 느낌이 석연치 않아 다른 사람들이 찾은 보물과 비교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찾은 것은 녹색의 커다란 것이었다. 그 보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걸로 선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나에게 찾아진 그 보물이 버려지지 않았다. 상품으로의 교환 가능 여부가 보물의 가치를 전부하지는 않는다. 엉뚱하게 찾아든 그 보물처럼 엉뚱한 곳에서 내가 누군가의 보물이 되는 꿈을 꾸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고 내 존재가 기쁨이 되는 행복한 순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 위에 놓고 보고 있으니 정말 보물이었다. 자꾸 만지작거리자 점점 구겨져서 더 이상 구겨지지 않도록 핸드폰 과 투명 케이스 사이에 살짝 끼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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