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1

시간을 조금 빠르게 맞춘 시계처럼

eunduk | 21 9월, 2006 02:52

여자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전절역에서 내리면 전화하라고 했다. 전철역에서 내리고 나서 전화를 하면 그때부터 준비하기 시작해서 나오느라고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3정거장 전에 미리 도착했다고 말했다. 거의 다 와서 내리기 전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 있냐고 물어서 더 이상 거짓말하기 싫어서 지금 도착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치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지금 나온다고 했다. 난 3정거장이 6분 걸리는데 6분을 앞당겨야 제 시간에 나오는 거라고 말했더니 화장도 안 했는데 꼭 자기가 움직여야 하냐고 했다. 난 화장 안 한 게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종종 도착 전에 미리 도착했다고 말할까 생각해봤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러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았다.그러면 매번 만날 때마다 하나의 과정이 더 생기니까 귀찮고 또 결국엔 시간을 조금 빠르게 맞춘 시계처럼 결국 빨라진 시간을 인식하고 그 시간만큼 늑장부려 결국 처음과 다름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여자친구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것이 내가 짊어지어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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