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23

소변을 통해 배우다

수술이 끝나고 환자를 옮기는 도중에 소변주머니가 잠궈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소변이 새어나왔다. 수술실 바닥에 떨어진 소변이야 닦아내면 그만이다. 수술실 바닥이야 피나 기타 몸에서 나온 액체가 떨어지고 닦여지고 하는 곳이니까 소변정도야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소변이 흘러내리면서 내 발에도 묻었다. 근무중에는 양말을 신고 슬리퍼를 신고 근무하는데 발의 3분의 1 정도가 소변에 젖었다. 수간호사 선생님도 우연히 환자 옮기는 것 도와주시다가 소변이 흐르는 것을 보았는데 별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아무말도 하지 않으신 수간호사 선생님께 고맙게 생각한다. 소변 주머니를 잠그지 않은 사람은 나였다. 그리고 소변주머니가 새어서 소변을 발에 묻힌 사람도 나였다. 결자해지라는 묶은 사람이 푼다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갈아신을 양말은 없었다. 그저 바쁘게 일하는 도중 자연건조 시킬 따름이었다. 일 끝나고 친구도 만났는데 그 친구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마 친구는 평소의 나와 다름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냄새를 맡았는데 발냄새와 연한 소변냄새가 잘 섞여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이 일 덕분에 다음 수술부터는 확실히 소변주머니가 확실히 잠겼는지 꼭 확인하게 되었다. 몸으로 깨달은 확인하는 습관이랄까? 가장 미련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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