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7

5일 후에 죽기로 결심한 사람.

사는 게 힘들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람은 5일 후에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3일째 되던 날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는 어차피 신중히 결정해서 죽기로 마음먹었는데 전쟁이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상황과 계획을 외국에 서버가 있는 블로그에 올리고 계획대로 실행했다. 개인 대피소에 숨었다가 다음날 개인 비행기에 기름을 가득 싣고 식량도 없이 마지막 비행에 나섰다. 계속 동쪽으로 나아가자 금새 바다가 나왔다. 아무런 허가도 없이 타국의 국경을 넘게 되면 격추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바다만 날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바다라, 바다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온통 파란 물 뿐이지만 그게 참 멋졌다. 그리고 지겨워지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바다 구경 실컷 하면서 지난 날들을 돌아보았다. 달리 할 일도 없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졸립기도 했고 그래도 금방이었다.금방 계획한 5일째 되는 그 날 그 시간이 되었다. 그는 비행기를 폭발시켰다. 바다로 뛰어들 수도 있었지만 그건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신동아에 난 이 기사
를 보니까 전쟁일 때 오히려 자살률이 늘어난다고 나와있었다. 난 그 반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전쟁이 일어나면 더 살려고 애쓰게 되는 게 싫어서 자신의 계획대로 자살하는 내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 기사를 다 읽고 생각이 바껴서 지금처럼 썼다.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나 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나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심판이 속히 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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