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2

언제나 내 곁에서 나와 함께하는 피로.

eunduk | 12 10월, 2006 22:24

어제는 피곤해서 일찍 잠을 잤다. 사실 그저께도 그저께 전날도 피곤했다. 어제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푹 잤다. 푹 자면 아침이 더 개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가려고 더욱 전의를 불태워 나 자신의 더 천천히 움직이고 싶고 또 눕고 싶은 욕구와 싸웠다. 5분 더 먼저 나갈 수 있었다. 충분히 잠도 자고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그리 달라지진 않았다. 그래도 5분이나 앞당겨서 일어난 것에 대해 좋은 징조이며 희망의 작은 조각이라 생각하며 좋아했다. 오늘도 일을 끝냈더니 역시나 피곤했다. 어제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면 꾸벅꾸벅 졸게 될 정도는 아닌 걸 보니 어제 푹 잔 잠이 역시 효과가 있었나 보다.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몸은 피곤하고 그렇다고 또 그냥 자기도 그렇고 고단해서 뭔가를 하기도 귀찮았다.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있다가 티비 뉴스에서 북한 핵 개발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다가 부시가 북한에 대해서 대화할 필요도 없다고 얘기했다는 것을 듣고 재수없다고 생각하다가 뭔가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몸이 조금 고단하다는 핑계로 뭘 하기도 귀찮은 이 기분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이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은 그리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피곤하면 쉬고 싶고 쉬면 피곤이 가시니까 쉬면 그만인데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난 정말 피곤한 걸까? 내가 일하는 병원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다 함께 일하는데 그 사람들은 새벽까지 친구들 만나 놀기도 하고 아침에 운동도 하고 저녁엔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다들 일 하지 않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난 뭘 했나 싶다. 또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자기일에 능숙해서 최고라 불리는 사람들은 분명 나처럼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자기 자신을 단련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서 그런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나처럼 멍하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은 다 나름의 길이 있는 것이고 나름의 피곤도가 있어서 조금 더 피곤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조금 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누구와의 비교도 필요없이 내가 느끼기에 피곤하면 그저 쉬면 되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니 뭔가 나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 또 그저 일 끝내고 별로 한 일도 없이 보낸 하루하루가 아쉬운 거다.

난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되는데로 살고 싶지는 않다. 너무 욕심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게 욕심 없는 것이 아니라 귀찮아서 포기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벌써 열시가 넘었다. 조금 있다가 자면 또 다음날이 되어버린다. 일어나고 씻고 일 나갔다가 들어오면 또 피곤하다고 멍하니 이생각 저생각만 하고 있겠지.

아니야. 그건 너무 평범하고 재미없는 예측이야. 평생을 별 일 없이 지낸 어떤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의 어느 피곤한 저녁에는 뭔가 신나는 다음날을 꿈꿨을 거야.

내일은 뭔가 신나고 즐거운 음 어 편의점 가서 이동통신사 할인카드로 할인받아서 초컷릿이나 사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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