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9

우리가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이유.

  어째 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어?
 우린 서로 대화가 되는 것도 같았지만, 결국 서로의 생각과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지 못하고 서로를 스쳐 비껴가곤 했잖아.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었는데도 마치 다른 행성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처럼 말야.


 며칠 전에도 우린 대화가 통하지 않아 서로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어. 그래서 우리 며칠 후에 연락하기로 했었잖아.
 너랑 연락 안 하는 며칠동안 잠도 실컷 자고 하고 싶던 게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어.
 내가 너랑 너무 달랐던 것에 대해 찬찬이 생각해 보고 나와 너의 행동특성과 관점에 대해 분석해 봤어.
 짐작했던 것 보다 우리 둘의 차이는 엄청났어.
 지금까지 우리 둘이 함께 했던 게 기적이라고 할 만큼 둘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였어.
 결국 우리 둘의 차이에 대해 더욱 명확한 대답을 찾아 인터넷에 한번 검색해보기로 했어.

 구글에다 "다른 사람들" 이라는 검색어를 넣고 엔터키를 새끼손까락으로 누르자 순간적으로 검색결과 10개가 떴어.
 내가 찾는 대답은 첫 페이지에 있지 않았지.
 그렇게 쉽고 간단한 대답은 아니었으니까.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얘기, 트랜스젠더, 동성 연애,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찬찬히 읽어나가다가 37번째 페이지 중간에서야 발견할 수 있었어.
난 너와 다른 종족 아니 다른 행성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인터넷에 널린 그 수많은 글들 중 하나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겠지만 진실은 수많은 거짓 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 중에 묻히기 쉽상이거든.
 내 왼쪽 귀 위쪽에 작은 구멍이 있잖아. 그게 증거였어. 그게 내가 이 행성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야.
 거기에 내가 오래동안 안 씻으면 때가 꼈었지. 그래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종족의 중요한 특징은 잘 잊고 딴짓을 잘 한다는 거야.
 뭐든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척 느린 특성이 있어.
 그래 딱 바로 나잖아.

 그 글에도 별로 해결책은 없었어.
 그 글을 쓴 사람도 어째서 이 행성에 자신과 같은 종족이 왔는지 잘 모르겠고 또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더라구.
 심지어 이런 말을 써 놨어.
 "여기에 있던 원래 있던 행성에 있던 뭐 달라지는 것 있겠습니까.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어디서든 똑같이 살텐데요. 그냥 살던데로 사십시요."
 아무 해결책 없고 무성의한 글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같은 종족으로서 깊이 공감하고 글쓴이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
 나랑 같은 행성의 사람들은 원래 같은 행성에 있었을 때에 서로 관심이 없는 데다가 지난 일에도 흥미가 없어서 역사가 전해지지도 않고 심지어 자기 옆에 누가 사는 지도 잘 모르며 살았데.
 지구에 온 이 행성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하지만 서로 관심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 지 모른데.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말야.
 글을 쓴 사람도 딱히 무슨 목적을 위해 썼다기 보다는 생각나서 써봤데.

 그래 어떻게 보면 조금 놀랄만 하기도 한 얘기지만 걱정할 것 없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거든.
 그냥 살던 데로 사는 거야.
 다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가 다른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고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며 살자는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리 서로 화내지도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그냥 "아 맞다. 이 녀석 외계인어서 그렇지."하고 넘기면 되는 거야.
 좋게 생각하자고, 정말 너무 다른 외계 상물체들이 어쩌다 운좋게 함께 하게 되어 살게 된 거야.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정말 엄청난 일이라서 지구의 한국어로는 기적이라는 말이 제일 적당하다고 봐.

 외계 생물체들이 서로 다른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어울려 살아가고 있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멋지지 않아?
 이런 엄청난 일이 별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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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야호

  정신병원에서 나가고 있던 중에 6층에 입원해 계신 분 중에 한 분이 최창살이 대어진 창문을 붙잡고 "야호!."하고 크게 소리쳤고 금세 누군가에게 제지당하고 끌려가시는 것이 보였다.
 야호라 하면 야채호빵을 얘기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난 근처 구멍가게에 들러 야채호빵 한 봉지를 샀다.
 집에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하얀 덩어리를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야채 호빵은 맛이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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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하겠다.

난 내가 찍고 싶은 사람을 찍겠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세상이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고 또 금새 좋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찍는 한 표가 허공에다 하는 삽질 같을 지라도
힘차게 한 삽 뜨고
떳떳하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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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1

너무 멋진 사진이어서 맘대로 퍼왔음.

img431.jpg
첨에 보고 깜짝 놀라 잠깐 숨이 멎었음.

츨처 http://wink.nixone.com/archives/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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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5

식객을 보고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기에 난 그 시간이 즐거웠다.

임원희는 보기만 해도 웃긴사람인데 영화 내내 악하면서도 웃긴 캐릭터를 적절하게 소화했다고 본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적당히 말랑말랑하게.

김강우는 튀지 않고 무난하게 주인공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특히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을 소 잡으면서 우는 장면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웃으면서도 참 그럴듯하다고 느꼈다.

이하나는 아직 연기는 부족하다.

요리대회가 지나치게 많은 기술들을 요구한다. 숮도 구해야하고 소도 떠야 한다니.

영화내용에 시간이 부족해  빠졌겠지만 주인공이 요리기술을 전수받는 과정이 살짝 나온 것이 아쉽다. 재밌는 부분이 되었을 텐데.

어쩌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이 나와서 다 좋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음식들을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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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4

나는 나쁜 사람이야.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할 때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마."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대방도 나도 막연히 지금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나쁜 사람이란 말이 지겹고 듣기 싫다면 결국 내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될까?

내가 애초에 나쁜 사람이고 또 그렇게 사는게 당연하다면 그냥 나쁜 채로 살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새삼스럽게 "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애초부터 나쁜 사람이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쁘게 사는 정말 나쁜 놈이 될 자신이 없다면 "너는 나쁜 놈이야."라는 말을 듣고 "그래. 나는 나쁜 놈이야."하고 말아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될 자질이 못 된다. 그러니 스스로 나를 나쁜 사람이라 할 자격도 없다.

그러니 난 나쁜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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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3

맑은 고딕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오페라와 플락의 기본 글꼴을 맑은 고딕으로 바꾸고 강제로 적용시켰다. 윈도우의 글꼴도 맑은 고딕으로 바꿨고.

가독성이 더 좋아졌는지는 솔직히 모르겠고. 글꼴이 예쁘다. 맘에 든다. 그리고 약간 흐릿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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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어.

하던 일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하지만 난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고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게임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뭐 그래도 되는 것 아닐까.
가끔은 살다가 이렇게 빈둥 거릴 때도 있는 거지.
문제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정말 문제는 뭘까?
내가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쓸데 없이 보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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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사람의 쓸모

지구에는 인간도 살았다. 그게 문제였다.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기타 이런 저런 것들이 많이 살았지만 그들과 함께 인간도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환경은 오염되었고 또 시끄러워졌다. 이를테면 전철에서 아이가 뛰돌아다녀서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아이가 멋대로 울어서 시끄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지구를 지켜보는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주 가끔 지구에 그들이 찾아올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식물 채집이나 수해복구인원보충 등의 이유였다. 가끔 생활을 비관해 자살하려는 사람 옆에서 함께 고민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잠깐 방문했었고 지구에 그들이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원하지 않았었다.

인간들은 늘 하던 대로 자신들을 위해 살았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서 일하고 누군가는 돈이 많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고 누군가는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자는게 가장 행복하다 여기고 누군가는 붐비는 전철에서 이성의 몸에 닿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버릇없이 자란 어떤 아이가 전철에서 돌아다니가 한 소리 듣고 멋대로 울 때 그들이 출동했다. 그 순간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꼭 그 아이가 우는 것이 시끄러워서 그들이 나선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그 아이의 울음소리때문에 지구에 왔다고 하더라도 그건 핑계일 지도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아이는 주위사람들이 상당히 짜증스러울 정도로 시끄럽게 울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갑자기 이곳 저곳 모든 곳에 나타나서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전세계에서 무작위로 한 20명쯤만 남겼다. 지구인들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에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환경이 오염되고 생물의 개체수가 줄고 쓰레기가 넘쳐나던 것이 그제서야 그쳤다. 그들은 특히 식물을 사랑해서 사람들의 시체를 식물 근처에 잘 파묻어 주었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보다 그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그들은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사람의 시체를 파묻다가 쉬는 시간에 땀을 닦고 야참을 먹는 그들의 얼굴에는 보람찬 노동의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들중의 학자들은 20명쯤 남은 인간들을 데려가서 몇년간 연구를 하며 인간의 새로운 쓸모를 찾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가죽은 질기지 않아서 가방같은 제품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인간의 몸에서 나는 액체나 배설물도 전혀 쓸모가 없었다. 뼈는 조금 단단했지만 그들은 이미 그것보다 더 단단한 것을 만들 수 있었고 애완용으로 키우기에는 말을 듣지 않아서 소용이 없었고 역시 말을 듣지 않아서 탑승용으로도 적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들의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한채 몇년이 지나갔고 점점 인간들에게 흥미를 잃어갔다.

그런데 그들중의 하나는 아직 인간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여기는 자가 있었다. 그는 모험심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했으며 특히 사는 즐거움의 상당 부분이 먹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이상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인간들을 거저 얻어서 자신의 집의 지하실에 보관했다.

그는 먼저 한 여자아이를 잡아서 죽였다. 그가 그 여자아이를 택한 것은 자꾸 울어서 시끄러워서였다. 그들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육류 손질법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여자아이의 신체 부위부위의 맛을 세심하게 음미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무척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먹은 부위와 조리법에 따른 다양한 맛을 세밀하게 적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 새로운 맛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게 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인간의 육류로서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맛의 탐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성장기가 아닌 다 자란 인간의 부위별 맛을 알아보기 위해 택한 것이 가슴이 큰 젊은 여자였는데 그는 그 문제의 가슴부위를 또 하필이면 잘라서 날로 먹다가 그만 실리콘이 터져서 식도가 막혀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정부에서는 인간들을 전부 회수해서 가져갔고 여론과 잠정적인 생물학적인 위험을 고려해서 남은 인간들을 전부 도살해서 지구의 식물 근처에 묻기로 했다.

그들의 어느 신문사에서는 "인간, 참 쓸모없는 생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으며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 더욱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하다는 말은 지금 나에게는 한 줄이라도 더 써보는 것을 말한다. 기껏 냉장고에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카스테라가 되는 거야. 갑자기 기린은 왜 나오는 거야. 너구리가 등 밀어주면 위로가 되냐 하면서도 자꾸 손에 집어들며 드는 생각은 나도 쓰고 싶다는 것이다. 나도 뭔가 말도 안 되는데 읽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20071007

지구 구하기(가제, 시놉시스)

지구에 사는 인간이 지구를 지나치게 망가트려 지구를 해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여기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들은 인간을 멸종시키고 일부의 표본들을 남긴다. 인간을 연구하던 외계 연구가들 중 인간의 식용으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보던 한 미식가는 인간을 부위별로 먹다가 인간의 보형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래서 그 외계의 정부에서는 인간을 먹는 것을 금지시시킨다. 인간에 대한 연구도 더 이상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결국 남은 인간들도 모두 폐기시키기로 한다.

도와 주세요.

나에게도 희망이 있나요?
나도 쓰임받을 수 있나요?
나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나요?
저 스스로는 자신이 없어요.
저를 도와주세요.

20070917

다정한 의자


다정한 의자,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휴가 때 춘천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찍음.

뜨거운 햇빛과 비와 바람에도 저 둘은 함께였겠지. 지친 사람은 거기에 앉아 잠시 쉬다 갔을 거고.
누군가에게 버려진 운명이지만 저 둘은 원망않고 열심히 살다가 누가 고물상에 치워 버리기 전까지는 거기 있겠지.
고물상 아저씨도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겠지만.

20070914

세상을 사랑한 사람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것에 서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자신이 세상을 아주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세상을 위해 꼭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때에 그의 마음 속 세상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갑자기 세상이 허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없이 즐겁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 느낌과 생각들을 세상과 나누는 데 많이 서툴러서 사람들은 그저 그가 이상한 사람중의 하나라고 여기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다 못해 오해하고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하는 세상을 그의 모든 가슴으로 사랑했다. 그래봤자 그사람들에게 나쁘짓은 못하는 많이 이상한 사람 이라고 여기게 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부모님에게 의지해 그 긴 날들과 더이상 부모님께 더이상 폐를 끼칠 수 없어 혼자 독립한 지난 몇년을 생각해보았다. 그 긴 시간동안 세상에 자신이 한 일들과 세상으로부터 얻은 것에 대해 천천히 되돌아봤다. 전 인류와 지구에 대한 자신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고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예상을 더한 자신의 전 생애가 가질 인류와 지구에 대한 가치에 대해 따져보았다. 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듣고 싶은 대답은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기계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을 섭취하며 그 생각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작은 창문 사이로 밤과 낮을 느끼며 며칠을 생각에 골똘하다가 문득 본 하늘은 무척 맑았다. 그때 그는 조금 그 생각들에 지쳐서 조금 감상적이 되어 있었다. 그 도달할 수 없으며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극도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저 파란 하늘과 자연을 보고 느끼고 누리는 것에 감사하기만 하면서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목적이나 이유같은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쉽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쓸모를 모른 채 그저 감사하면서만 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창문을 닫고 형광등불에 의지해 자신의 사유를 계속해나갔다.

정확한 시간은 더 이상 그가 시간이 흐르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자신의 방 속에만 있었기에 알 수 없지만 한 보름쯤 지났을까 아니 한 달정도 됐을지도 모를 어느 날 그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정할 수 있었다.

나 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오고 있었어. 내가 그런 도움과 관심을 받아도 되는 사람일까? 세상엔 도움을 받고 관심을 가져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 더 좋게 쓰여져야 할 도움과 관심이 내게 머물러 소모되고 사라지는 거야. 내게 주어진 사랑과 관심은 어디에 남아있는 걸까? 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여유가 없어. 나 혼자 살기도 너무 버거워. 순환되지 않고 내게서 사라지는 사랑과 관심의 흐름을 이제 차단해야겠어. 그럼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아지고 공평해지고 에너지가 넘치게 되겠지. 난 쓸모없는 나 자신을 나만의 욕심으로 살아있도록 놔둘 수는 없어. 내가 가진 마지막 용기로 세상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겠어.

그가 가진 마지막 열정과 용기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답지 않게 서둘렀다. 그는 그게 자신에게 이유없이 주기만 한 고마운 세상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서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사는 10층 아파트 꼭대기에 올라가 뛰어내렸다.

때마침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출출해서 편의점에 걸어가던 여학생이 그 밑을 지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그 여학생 위에 떨어졌고 그는 바라지도 않은 목숨을 다시 얻고 말았다. 그 여학생은 머리가 깨져 죽었다.

그 는 그 여학생이 너무 안쓰러웠다. 두 다리는 부려졌지만 겨우 그정도였다. 그는 기어서 그 여학생에게 가 시체를 꼭 안았다. 깨진 머리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의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야 했는데 그 여학생의 머리가 깨진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거기에 누군가 올 때까지 울고있고만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울음을 꾹 참고 다시 기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힘으로 다친 다리를 끌고 기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결국 그는 그렇게 세상에 대한 그의 사랑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현했다. 그는 떨어지면서 비명같은 소리로 "미안해!"라고 소리쳤다.

20070909

풍선을 타고 잠시 날다.

새로 생긴 음식점 앞에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이 많이 있었다. 많은 풍선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음식점 안에는 더 많은 풍선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환하게 웃는 여자가 나눠주는 풍선을 받아가지고 그냥 가려다가 장난으로 풍선을 더 가져가려 했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도 나를 보며 웃기만 했다. 그래서 풍선을 잔뜩 모아다가 허리에 묶었다. 점점 몸이 가벼워 졌다. 하나씩 풍선을 더해갈 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점프를 했을 때의 체공 시간이 길어졌다. 하나의 풍선을 더 묶으려고 하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식당 관계자들은 처다보면서 웃기만 했다. 저 사람들은 걱정도 안 되는 걸까? 내가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거나 해도 저렇게 웃기만 할까? 아니면 내가 다치거나 죽으면 그게 더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해서 식당의 매출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많이 떠올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천천히 떠오르고 있지만 가만히 떠오르다 보면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풍선들이 터져서 난 떨어져 죽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토마토가 툭 하고 떨어져 퍼지듯이 바닥에 착 붙겠지. 피도 날테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가 떨어지면 시체를 보게 될 사람들 중에 아이들이 있으면 놀래서 그 끔찍한 장면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또 떨어지면서 누군가를 덥쳐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고 꼭 다치거나 죽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재산에 피해를 입게 할 수도 있다. 또 그 시체를 치워야만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얼마나 고역일까? 난 풍선을 하나씩 터뜨려서 천천히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풍선이 조금씩 줄고 지면과 점점 가까워지니 좀 더 오래 있어도 되었을텐데 너무 조급하게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난 너무 여유가 없이 산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닌데. 바닥에 내려왔는데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풍선을 나눠주던 식당으로 다시 갔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웃으며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근처 의원에서 10cc 주사기 하나를 구해 닥치는대로 풍선을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들은 나를 제지했다.

20070905

살아 돌아와줘서 기뻐요.

납치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사람이 죽을 뻔 하다가 살아 돌아왔다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요즘 이 사람들과 관련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더욱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고 올바르게 살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다운 생각과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비판보다는 칭찬과 화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신나간 몽상가가 되자. 왜 정신나간 몽상가냐 하면 내 생각에 제정신으로는 힘들 것 같아서이다.

Technorati Profile

20070824

수동문자수신거부

00.00.00 00.00에
00000000000님이
00000000000님께
보낸 문자메시지
가 수신거부되었
습니다.

위의 동그라미 부분에 문자를 받은 시각과 보낸 사람 번호와 받은 사람 번호를 입력후 보낸다.

1명에게 보내보았는데 반응이 없었다.

20070819

그에게는 내가 답답한 사람

내 말은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말은 해야 내 마음에 피해의식을 두지 않을 수 있을 듯 해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고용주에게 가서 밀린 식대와 휴가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식대는 언제 주지 않은 적 있냐고 하며 좀 기다리면 알아서 줄 것을 그걸 못 참고 와서 다그치냐 했다. 그는 내게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휴가비는 안 준다고 했다. 난 7월과 8월에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월차를 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렇게 회사 생각 안 하고 자기 챙길 것만 챙기려 들면 뭔가 해 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사라진다고 했다. 말로는 못하고 참 유치한 변명 한다고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는 고집쟁이이고 직원들 조금이라도 더 일 시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더러운 인간으로 보인다. 반면 그는 나를 일도 잘 못하는 녀석이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하루 이틀 일 좀 더한 것도 안 넘기고 다 챙기고 휴가 가게 해준 게 어딘데 휴가비까지 달라고 하고 임금 조금 늦게 줄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닥달을 하는 귀찮고 치사한 녀석으로 보일 것이다.

난 그의 방에서 그가 나를 보는 눈길에서 저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그도 나를 무척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정말 지극히 당연하게 난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다른 얘긴데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납치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죽으러 간 사람들 죽게 하자.' 거나 '다 죽어서 이제 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는 인간(감정이 격해졌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도 그들의 댓글에 그들의 댓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다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주 한심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답답해하고 억울해하고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내 얘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포기하고 살까? 아니면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내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억울함이 되어 나를 조금씩 비틀어 간다. 어쩔 땐 "세상 모든 것이 다 잘못됐어!" 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걸까?

그리고 정말 이해 안 되고 어처구니 없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들도 억울한 게 있고 답답한 게 있고 상처가 있겠지.

제길.

20070816

인랜드 엠파이어를 보고 나서

DSC00348

이것이 사기라면 정말 엄청나고 치밀한 사기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수많은 사람들을 동참케하고 확실하게 당한 것인지도 모르게 하는 교묘한 사기이다.

이것은 단순한 영화관람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것이다.

졸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이 영화를 무사히 끝까지 관람한 사람 모두에게 칭찬과 존경을 표한다.

영화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애초에 해답같은 것도 없다.

애초에 답이 없는 퍼즐을 3시간 안에 풀어보라고 하면서 7천원을 받는 듯한 기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봤을 때도 느낀 기분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시도들의 최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역시 남들 보는 영화만 봐야 하는 걸까?

제목도 그냥 같다 붙인 것 같다.

내가 힘이 있다면 이 감독에게 "사실은 아무 뜻 없는 장면 마구 붙여놓고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든 거에요. 저도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몰라요. 평론가들은 그런데도 이것 저것 무슨 뜻이 있다고 갖다 붙이길 잘 하죠."라는 자백을 받아내고 말 것이다.

웬만한 다른 영화는 불평없이 볼 수 있다!

그래도 심형래보다는 낫다.

20070814

모두가 행복하길

1 행악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를 투기하지 말지어다 2 저희는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볼 것이며 푸른 채소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

일을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꺼내 이메일로 온 말씀묵상을 읽었다. 위와 같은 구절을 읽다가 너무 달콤해서 죄책감이 들 정도로 그 구절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아주 잠깐의 행복감 후에 또 내 머릿속에는 어쩌면 내가 저 행악자이고 불의를 행하는 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고 또 내가 괴롭게 한 사람에게는 내가 행악자이겠지. 악인도 형통하고 의인도 형통하고 모두가 형통하길 바라고 싶다. 그리고 그게 부럽거나 불평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악인이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모두가 형통하길 바란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 심형래 아저씨도 돈 많이 벌고 탈레반에 잡힌 형제자매 모두 무사하고 감옥에 같힌 사람들도 즐거웠으면 좋겠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 열심히 버는 사람도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

그래. 물론 현실성이 전혀 없다. 그냥 잠깐동안 이렇게 모두의 행복을 비는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070811

나를 만난 시계

최근에 맘에 드는 전자시계를 골라서 샀는데 내 손목에 붙어서 내게 항상 시간을 가르쳐주는 이 녀석이 내 친구같다. 아침에는 잠도 깨워주고 시간마다 삑 소리를 내며 정시를 알려준다. 그렇게 유용하고 고마운 녀석인데 거기다가 이 녀석은 부담감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관심이 시들해져서 백라이트도 잘 안 눌러볼 거고 시끄러워서 알람도 꺼버릴지도 모르고 결국 고장나면 버리고 새것을 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시계가 고맙고 편하고 미안하다. 이 시계는 주인을 잘 만난 것일까 잘못 만난 것일까? 내 땀이 배어가고 벨트부분에 자국이 날 것이고 색이 바래고 흠집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시계였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시계는 어둔 밤에도 또 물 속에서도 시간을 알릴 것이다. 그거면 그만이지 않은가! 동종기종을 소유한 사람중에 나는 시계를 진정 시계로 인정하고 대하고 모든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하며 단순히 수집용으로 장식하지 않고 실생활에 사용하며 함께한 친시계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내 마음을 모르는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이유로 시계는 그저 정확한 요일과 날짜를 알려주고 현재시각을 초단위로 묵묵히 표시할 뿐이다.

20070810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시간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티비도 보다가 친구랑 전화로 얘기도 하고 과자도 먹다가 남은 시간은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하기엔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시간

20070715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점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는 데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느꼈던 그 미묘한 감정을 내가 이리저리 생각했던 것들을 내 마음과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별 얘기 아닌 것처럼 말을 끝내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반대로 나도 사람들의 깊고 세세한 마음들을 잘 알지 못한다. 주의깊게 신경써서 들어야 할텐데 난 그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서로 잘 모른체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며 지내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없는 듯 하다.

20070712

잘 지내지?

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이 그만 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보니 없는 번호라고 했다. 아마 그 사람과 다시 연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들을 문득 자세히 돌아보면 아리고 섬짓하고 무섭다. 갑자기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미천한 미소 한번 더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화번호를 잊고 이름을 잊고 그 추억들조차 서서히 잊은 것처럼 그들도 나를 잊어가겠지. 그래도 내가 인사도 못 하고 어렴풋한 느낌으로 겨우 떠올리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즐겁길 바란다. 다시 만나면 서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부끄럽지 않게 살자. 고마워 당신들 덕분에 난 실제로 세상을 사는 듯 했어.

20070702

제목 짓기 힘드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나만의 헛소리는 내 입으로 다 지껄이자. 클래지콰이의 gentle giant를 듣다가 맘에 들어 한번 더 듣는다. 호란 누님 목소리가 금방 만들어진 비스켓처럼 부드럽고 바삭바삭하다. 노래에 영어는 좀 뺐으면 좋겠다. 내가 잘못 하는 일도 많고 부끄러운 일도 여럿 간직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싫어하지는 말자. 다른 사람 모두가 나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나를 지켜봐주시는 분과 함께 나를 사랑하자. 이제 조금 나이 들어가면서 나는 점점 뻔뻔해지고 지기 싫어하고 내 얘기만 하고 싶어하고 게을러진다. 그래도 이상할 것 없다. 이렇게 되길 바란 건 아니지만 더욱 한심한 내가 되어도 난 이 세상에서 충분히 필요한 사람이고 내게 주어진 모든 선물같은 세상 만물을 누릴 자격이 있다. 내 마음속에서 잔소리가 들려온다. 내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더욱 근사한 잔소리를 듣는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 말 들을만 하지만 그래도 잔소리는 듣기 싫고 내 잘못들은 더욱 소중히 내 생활속에서 함께 한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거지. 하나도 신기할 것도 없고 절망할 일도 아니지. 깊이 생각 하지 않고 편하게 쓰는 글이 더 자연스럽지.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행동한데로 잘못하면 즉석에서 잘못한 만큼 벌을 받고 잘한 일이 있으면 금방 상을 받는 공정한 세상이 되길 바랬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스스로 좀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듯 하다. 정말 그런 세상이 된다면 지금의 내가 살기에는 아주 불편할 것이다. 나쁜 사람들은 나쁜 일 하며 살고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 부끄럽게 만드는 따뜻하고 순수하게 사는 사람들도 나름데로 살아가겠지.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 중 아무 하나이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부하고 지겨운 희망을 아닌 척 은근슬쩍 심어놓는 사람이고 싶다. 갑자기 내가 엄청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진 않지만 내가 거저 받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그것들을 거저 내어놓을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이고 싶다.

20070623

살 만 하겠다는 생각

항상 쓸데없는 일이나 하는 내가 나이를 먹으면 참 한심하겠다는 생각.

또 그런 한심한 상태로도 그럭저럭 살 만 할 것이라는 생각.

20070622

왕관 수집하는 왕

한 기자가 왕관 수집하는 왕을 만나보았다. 그 왕은 직업의 특성상 왕관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또 왕관을 구매하거나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왕관은 좀 힘들게 얻었지. 어떤 녀석이 자기의 왕관을 너무 좋아해서 그 왕관을 머리속에 이식해 넣었어. 그렇게 하면 그 왕관이 자기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 얘기는 묘하게 나를 자극해서 결국 그 왕관 때문에 그 녀석 나라에 쳐들어가서 내가 직접 얻었지. 먼저 목을 따고 의사들이 쓰는 수술용 기구를 가지고 섬세하게 하나하나 떼어냈어. 드릴이랑 톱같은 것을 쓰기도 했고. 내가 일을 다 끌내고 나서 그거 치우느라 고생했을 거야. 근데 막상 이 왕관을 보니까 쓸 수도 없고 모양도 별로더군. 그냥 여기 하나 더 채워 놓고 당신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꺼리나 되는 거지 뭐.

언젠가는 내가 이거 이렇게 하나하나 모아서 뭐하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누눈가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모은 왕관 다 가져가거나 누구를 주거나 다른 것을 만드는 데 쓰거나 할 거 아냐. 왕관 하나하나를 얻기 위한 시간과 그때의 기억들이 나죽에 사라질 것이 너무 아쉬워서 왕관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왕관과 함께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어.

그 중에서 가장 짧은 얘기는 이거야. "길가다 문구점 근처에서 줍다." 그건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었어.

나중에 내가 더 이상 이 왕관들의 주인이 아닐 때에 혹시 이 이야기들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이 왕관들을 잘 보관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러려면 이 이야기들이 흥미로워야겠지. 반찬의 힘과 능력은 그 반찬이 사람들에게 잘 먹힐만한 맛인 것처럼 이 이야기들의 흥미진진함들이 이 왕관들의 힘과 능력이 되어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되는 거지. 내가 없어도 말야. 그런데 읽어보니 그저 그래서 걱정 된다.

20070608

Yo soi enfermero.

Yo soi enfermero.
나는 간호사 입니다.

마음속의 대화


마음속의 대화,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말하는 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

비정한 세상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버스에 탔다. 아주머니는 딴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음을 갑자기 깨닫는다. 급하게 뛰어내리느라 아이의 다리가 문에 끼어 넘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이는 넘어져 얼굴이 깨지고 차는 아이의 다리를 끼고 몇 미터 정도 갔다. 운전기사는 문을 열었고 아이는 아스팔트에 얼굴이 긁혀 피와 먼지가 뒤엉켜 있는데도 누구의 도움 없이 비틀거리며 혼자서 일어난다. 운전기사는 "갑자기 내리니까 그렇죠!."하고 소리치고는 운행을 계속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내가 여기서 내리는 것을 생각 못하고 있어서 미안하다." 하고 얘기하자 아이는 얼굴의 피를 쓰윽 닦으며 "저도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하는데 어머니에게만 너무 의지해서 이렇게 된 거죠. 이 얼굴의 상처가 평생 제게 교훈을 전해 줄 거에요." 하고 말하며 어머니가 들고 있던 짐을 든다. 업무중이던 환경 미화원이 금방 치운 구역이라며 얼룩진 아스팔트를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짐을 돌려드린다. "어머니 제가 어지른 것은 제가 치우고 갈 게요. 먼저 집에 들어가 계세요." 어머니를 보내고 아이는 이미 여기저기 튿어져서 걸레같은 웃옷을 부욱 찢어다가 근처에서 물을 적셔 아스팔트의 핏자국을 다 지우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버스타고 병원 오면서 상상한 것

20070601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보고

10년에 한번 부인과 아이를 보느니 나 같으면 문어가 되고 말겠다.

20070518

단점 찾아주기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단점을 지적해 주기로 했다.

"원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단점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단점에 민감하고 객관적이게 되잖아. 우리 서로의 단점을 지적해주기로 하자. 우린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가까운 사람이라서 서로의 단점을 잘 알잖아. 각자 지적해 준 단점들을 보완하면 우린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의도는 좋았지만 둘은 금세 사이가 나빠지고 멀어져서 곧 헤어지게 되었다. 둘이 다음에 만날 사람에게는 칭찬을 더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20070509

그냥

당신의 사랑 덕분에 난 게으름과 이기심을 얻었고
당신의 무관심 덕분에 난 강인함과 냉소적인 눈을 얻었죠.
당신에게 감사하기도 그렇다고 원망하기도 그렇네요.
그냥 이렇게 아무렇게나 살아도
사람취급 해주는 세상이 고맙고
그렇게 버려져도 아직 내게 꽤 많은 세월이 남아있는 게 안심되네요.
점심에 뭘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도 버거운 날들이에요.
너무 못되게도 말고 갑자기 착해져서 미워하게 되지도 말고
여지껏 살던데로 대충대충 사세요.
저도 사든 데까지 살아볼게요.

20070430

피곤하다는 것은 다 거짓말

사람들에게 피곤하다고 말하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내가 이제 나를 그만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그 피곤하다는 말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지만 거짓말이다.
지금은 물론 피곤하지만 그 자리를 피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피곤은 싹 가시고 어디선가 사라졌던 활기가 다시 살아나 지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억지로 하게 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만은 많겠지만.
이런 가정을 해 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잘못된 일이라서 누군가 더 좋은 일을 하도록 하는데 자꾸 피곤을 느낀다고 말이다.
그럴땐 사정 봐 줄 것 없이 하게 하면 된다.
은근한 꾸물거림과 투정, 피곤한 표정, 볼멘 소리등은 애써 무시하길 바란다.

20070424

회식 때 서로를 불쌍히 여기다.

회식을 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신 분이 자기처럼 하라고 자기만 믿으면 손해볼 것은 없다고 했다.
내가 자신의 후배였다면 벌써 반 죽었을 거라고 했다.
한숨을 쉬면서 안타깝다는 표정을 하면서.
난 그분이 안쓰러웠다.
나에게 노래를 시키고 다른 사람 노래 부르는 데 나가보게 하고 꿀밤을 때리고 하는 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나는 그분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척 맘에 들지 않았다.
회식과 술을 좋아하는 그분이 과연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영향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에 늦는 아버지를 그 분의 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안쓰러워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그분의 손을 잡아드렸다.
그리고 난 일찍 가겠다고 하고 나와버렸다.
그분은 "넌 아직도 못 알아들었냐? 그래 가라." 하고 말했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물론 더 있어드릴 수도 있고 엉뚱한 요구도 왠만하면 들어줄 수도 있었지만
대체 내가 뭐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며 술과 함께 여러 사람을 보내야 얻는 것이 있다면 그딴 것 난 필요없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과 보내던가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게 낫겠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세상에 이런 사람도 하나 있는 거지 뭐.

20070422

Untitled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약속이 깨어지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일기예보는 맞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일부러 맞지 않는 예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쓸 데 없는 일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쓸 데 없는 사람은 아니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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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5

soondooboo.kr로 도메인 교체 그리고 잡담

피드 주소는 그대로 도메인만 추가 되었음.

eunduk.blogspot.com으로도 들어올 수 있음.

뭐가 의미가 있고 뭐가 쓸데없는 일일까?

항상 뭔가 빼먹고 놔두는 느낌.

사람들이 언제까지 나를 이해해 줄까?

될 데로 되겠지 하다가 정말 될 데로 되는 거 아닐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지겹다. 그래도 그런 말이라도 꼬박 챙겨야 하는 것이겠지.

어떤 사람은 많은 돈을 벌었고 또 지금도 많이 버는데도 늦게까지 일하며 사소한 것에 치사해가며까지 돈을 모은다. 또 김장훈 같은 경우는 많은 돈을 벌지만 다 기부해서 가진 재산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난 돈을 목표로 살고 싶지 않다.

그래도 다른 목표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그거라도 있는 게 낳지가... 않다.

내가 돈을 좇으며 사는 모습이 싫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저런 모습이 되기 싫어하는 것처럼.

술을 마시지 않으면 별로 할 게 없지만 그래도 술 마시는 것보다는 낫다.

뭔가 목표가 있어야겠다.

죽기 전에는 발견 하겠지.

내가 살아 있을 때 지구에 아무 보탬 없이 환경 오염이나 시키고 식량이나 축내며 의미없이 죽어버렸다면 내 시체가 거름이 되어 꽃 한송이가 피어나거나 지렁이 몇 마리의 양분이나 되었으면 좋겠다.

음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되려면 화장을 해도 안 되고 누가 내 시체를 관 같은 것에 넣어 너무 깊이 묻어도 안 된다.

불의의 사고로 죽어 야산에 누가 살짝 파묻고 아무도 그 위치를 모른다면 가능하겠군.

사고로 죽는 것은 무서운데.

보탬이 되는 삶은 살기 쉽지 않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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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8

070408 플레이톡

19:27:57 요즘 어떤 노래 들으시나요? 전 장세용 2집을 듣고 있습니다. http://playtalk.net/eunduk/2007-04-08/192757/

13:51:18 몸에 안 좋다는 단 음식이나 햄버거 도너츠 감자칩은 왜 그렇게 맛있는 걸까요?
http://playtalk.net/eunduk/2007-04-08/135118/

10:25:56 경기도에 사는데 지역에 경기도가 없어서 서울로 했어요. 뭔가 제가 모르는 심오한 뜻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요?
http://playtalk.net/eunduk/2007-04-08/102556/

eunduk 플레이톡

20070406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어요.

내 마음속에서 나는 생각들은 한결같아도 상대에 따라 다른 말을 하게 된다.
난 꾸미고 싶지도 않고 머리 써서 좋게 들리게 얘기하기도 싫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게 속 편한데 그게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질문에는 항상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어서 기대하는 대답 외에 다른 대답을 들으면 당황하거나 화를 내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냥 그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들려주면 된다.
나는 어떨까?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다 하라고 하면서도 듣기 싫은 말은 기분 나빠했다.
그래 하고 싶은 얘기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서로 듣기 좋은 소리나 해주는 거지.

20070316

전문 의료인의 솜씨

여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실로 보내고 1인실에서 기다렸다. 여동생이 힘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여동생을 침대차에서 1인실 침대로 옮기고 나자 간호사가 "잠깐 환자분 처치할 거니까 잠시만 나가게세요."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지겨워질 틈도 없이 금새 간호사는 나오면서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하고 말했다.

들어가보니 동생은 잘 처치되어 있었다. 그토록 조용하게 그리고 이렇게 빨리 처치하다니 놀라웠다. 역시 전문 의료인의 솜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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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9

조용한 산모

한 산모가 입원하셨는데 비고란에 kyposis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른 선생님께 물어보려다가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의학용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척추후만증이었다. 그 산모는 조용하고 키가 작았다. 얼굴이 작고 밝은 인상이었지만 크게 웃지 않으려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너무 착해서 다루기 쉬운 형의 산모였다. 수술 전에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어려서 넘어져서 그랬다고 했다.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실로 가는 과정에서도 아주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었고 질문도 없었다. 평소처럼 수술을 다 마치고 회복실에 산모를 두고 다른 일을 보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그 산모가 작은 소리로 부르는 것 같아서 가보았더니 자기가 토했다고 말했다. 수술하기 전에는 금식을 하게 되어 있어서 토해도 음식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여러차례 직접 본 바에 의하면 녹색의 위액을 토한다. 그 산모도 그 녹색의 위액을 토했다. 침처럼 약간 점액질이고 냄새도 숟가락 빨고 놔두면 침이 마르면서 나는 그 냄새와 비슷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토한 게 분명했다. 그 녹색의 점액질을 머리카락과 오른쪽 어깨가 푹 젖을 정도로 토했다. 난 우선 고인 것부터 닦아내고 머리카락을 닦고서야 얼굴을 안 닦았다는 것을 깨닫고 입 밑으로 흐른 자국을 닦았다. 그 때까지 아무말도 없었다. 토하려는 느낌이 있었을 때도 제대로 큰소리도 치지 못하고 혼자 토하고 혼자 조용히 참고 있었을 산모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난 아무래도 시트도 갈고 옷도 갈아입혀야 할 것 같아 다른 선생님을 불러 함께 옷을 갈아입혀드렸다. 그 산모가 그렇게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이 된 것이 어렸을 때의 사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산모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그리고 그 사고가 그 산모가 그렇게 너무 조용하게 위축되어 살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왜 어떤 사람은 잘못한 일도 없이 저렇게 조용하게 살고 어떤 사람은 잘 하는 것도 없이 자기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사는 걸까? 그런 의문들을 조금 해보다가 일이 바빠 일이나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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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8

갑자기 찾아온 추위와 동반된 눈

겨울엔 별로 춥지도 않더니 추위를 어디다 잘 숨겨 두었다가 3월이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매섭게 찬 바람이 불고 눈까지 내린다.

그래도 그 하얀 신기하고 재미난 것은 뜬금없는 때에 나타나도 반갑고 기분 좋게 했다.

올해는 사진기에 눈 사진을 못 찍었구나.

다음에 한 번 더 오면 그 때엔 꼭 찍어줄게.

아니면 올 해 겨울이 오면 찍지 뭐.

안 추워서 겨울같지도 않다고 했었는데 추워지니까 안 추웠던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서 피부에 닿는 햇살이 따뜻하다고 느껴질 진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다음 겨울엔 제대로 춥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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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7

테스트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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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만 말하고 싶다.

난 얘기가 길어지는게 싫다. 한 문장이면 될 것을 길게 이야기하는 게 싫다.

말하기를 강요받는 것은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억지로 말하다 보면 상처주는 말을 하곤 한다.

차라리 입을 쳐 닫고 있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말없이 있는 것은 상대를 자극시킬 뿐이다.

그냥 이제 그만 얘기하고 싶은데 상대는 대화를 끝내지 않는다.

그래서 용기 내어 그만 얘기하자고 해도 쉽게 끝내주지 않는다.

나하고는 다들 조금씩만 말했으면 좋겠다.

그게 날 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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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5

계속 이럴 수도 있겠지.

시간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
종일 집에서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보냈다.
누워서 뒹굴다가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실컷 자기도 했다.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밖에 나가기도 싫고 이것 저것 다 귀찮았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나중에 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짧고 소중한 삶을 길고 지루하게 느끼면서 뭘 해야할지도 모른채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살다보면 살아가겠지.

20070217

삐삐를 사용하다.


DSC01820,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디아이티에서는 맘에 드는 삐삐가 없어서 옥션에서 삐삐를 구입했습니다.
리얼텔레콤에 전화를 걸어 가입 가능한 지 다시한번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가입해야겠다고 했더니 그건 기계까지 살 때 얘기라고 기계 있는 사람은 가입신청서에 적어서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소 알려주고 기다리는데 너무 오래걸려 이대로 가다가는 설 넘길 것 같아서 리얼텔레콤에 전화를 걸어 팩스로 가능하냐고 물어봤습니다.
팩스로 가입신청서 받고 적어서 주민증 복사한 것과 함께 보내고 가입비 4400원도 입금했습니다.
삐삐 전원을 켜놓고 기다리면 30분 내에 번호를 삐삐로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을 기다려도 삐삐가 오지 않아서 전화를 걸었더니 보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건 곳이 창가였는데 거기서는 통화도중에 삐삐가 오더군요.
일단 되는 것은 확인하고 써보기로 했습니다.
삐삐화면에는 안테나가 거의 뜨지 않습니다.
혼자 핸드폰 들고 다니면서 수신테스트를 해 본 결과 실외에서는 잘 터지는데 버스에만 들어가도 안 터집니다.
전철에서는 당연히 안되고 실내에서는 창가에서만 터집니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이 컸습니다.
삐삐는 내가 수신하지 않는다고 다시 보내주지도 않습니다.
쓸 만 하다 싶으면 핸드폰을 해지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핸드폰과 삐삐를 둘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에 자동연결을 해놓아서 핸드폰을 끄면 삐삐번호로 연결이 되게 해놓았습니다.
혹시라도 못 받거나 그냥 끊더라도 놓치지 않도록 캐치콜도 신청했고요.
그리고 삐삐는 수신상태가 검증된 창가의 티비 위에 놓습니다.
그러니까 따로 삐삐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삐삐를 치더군요.
그리고 전화는 꺼놓는 시간이 많으니 밧데리가 많이 달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도 창가에 삐삐를 놓아두고 핸드폰을 꺼 놓습니다.
그리고 저는 ktf 쓰는데 요금제는 기본요금이 제일 싼 슬림요금제로 하고 걸 때는 kt card로 겁니다.
원래 슬림요금제는 기본요금이 싼 데신 통화요금이 10초에 23원으로 비싼데 kt card로 걸면 10초에 15원입니다.
대신 매번 번호를 눌러야 하니까 귀찮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하려고 전화걸기 전 상태까지 모든 번호를 다 입력시켜 단축번호를 등록시켜놓고 쓰고 있습니다.
이동전화에서 kt card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이동통신사는 ktf밖에 없습니다.
다른 이동통신사에서는 걸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된다면 아마 엘지텔레콤에서 9000원짜리 제일 싼 기본요금인 요금제로 썼을 겁니다.
왜 삐삐를 쓰냐고 물으면 그냥 웃고 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얘기를 다 해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 번 써보는 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재미로 하는 거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삐삐를 쓰는 것은 사치라는 얘기도 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그냥 이런 과정이 다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삐삐를 쓰시는 분은 수신이 잘 되시는 지 정말 궁굼하네요.
저처럼 안테나가 거의 안 뜨시나요?
제 기계가 안 좋은 것이라면 수신 잘 되는 것으로 바꾸고 싶네요.
아니라면 그냥 참고 써야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0204

따뜻하게 조금만 더.

겨울이지만 그리 춥지도 않았는데 버스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니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몇 명 타지도 않은 버스에서 창에 기대니 나른하게 졸고 싶어졌다. 핸드폰은 잃어버려서 전화나 문자 올 때도 없고 교회야 이미 늦어서 마음졸일 필요도 없었다. 몸에 힘을 빼고 창가에 기대어 눈을 감고서 햇빛이 얼굴에 잠깐 잠깐 닿는 것을 느끼면서 그 시간이 조금 더 지속되길 바랬다. 내 얼굴이 보기 좋고 편안한 얼굴이길 바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려 했었다.

정말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멈추지 말고 조금 더. 이대로 따뜻하게 조금만 더.

20070130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방을 정리하다가 티켓이 나왔다.

왼쪽의 티켓은 예전에 연극 처음 보러 갔을 때 끊은 것이고 오른쪽의 티켓은 얼마 전에 허니와 클로버 보고 끊은 것이다. 사진을 찍고는 휴지통에 버렸다. 앞으로도 디카로 물건을 버리기 전에 찍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도 다시 기억해낼 수 있고 또 무엇보다 마음 편히 버릴 수 있다.

내가 봤던 연극과 영화들, 이 티켓들 그리고 이 티켓들을 사진으로 찍는 것.

이런 것들에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과 세상에 모든 것들이 똑같이 다 아무 의미가 없으니 아무 행동이나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유는 찾지 못하고 그저 하고 싶어서 했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made by C.L :: Sony GPS-CS1
혹 SONY GPS 사실분 참고하세요..
버려진 저 구석의 작은 집 : [] Sony GPS-CS1

스펙 설명 gps-cs1
Sony GPS-CS1

그리고 위의 링크에 소개된 gps-cs1을 옥션에서 구매했다. 배송중이다. 어제 결제했는데 오늘 오후에야 배송을 했다. 몇 번이고 옥션에 들어가 보냈는지 확인했다. 혹시 오늘 보내서 받아볼 수 있을까 하고. 위의 기계로 디카에 찍은 사진에 위도와 경도 정보를 집어넣어 flickr로 찍은 곳을 확인하려고 한다. 왜 그걸 사고 왜 사진을 찍고 위치 정보를 동기화 시키는지. 그런 것들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재밌을 것 같고 하고 싶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 순 없는데 난 좀 많이 하며 사나 보다. 그러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의미있어 지는 걸까?


잘 모르겠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꿈꾸고 그것을 얻고 기대와 실체의 차이를 느끼는 과정들은 시간을 좀 더 빠르게 한다.

시간이 빨리 흐르고 흐르면 또 다른 세계가 날 기다리고 있겠지.

난 아이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손을 뻗어 저 앞으로 나아간다.

의미가 있던 없던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20070128

이승철 시계


이승철 시계,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난 잠이 안와요.. 떠나간 그대의 생각에
조용한 내방구석 작은 시계소리도
슬픈 노래처럼 들리는 걸요

사랑때문에 이렇게 힘들죠
그대 생각에 난 잠 못 이루죠
아픈만큼 그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난 힘들 수 있어요
오직 내 맘속엔 그대 이기에..
....................................

난 그대를 불러요 언뜻 잠에 취한 내목소리로
아직 사랑한다고 여기서 기다린다고
눈감아 보지만 대답이 없네요

사랑때문에 이렇게 힘들죠
그대 생각에 난 잠 못 이루죠
아픈만큼 그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난 힘들 수 있어요
오직 내 맘속엔 그대 이기에..

난 꿈 속에서라도 그댈 본다면
애써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멀리 있어서 그대를 잡을수 없죠
온통 머릿속엔 그대 뿐인데

너무 사랑해선 안될 그대를
내맘 보다 더 난 사랑하나봐
그대 사랑없이는 나는 잠들 수 없죠
오직 내맘속에 그대 이기에
그대밖에 사랑할 줄 몰라요
오직 내맘속에 그대 이기에..
( 출처 : 가사집 http://gasazip.com/300803 )

요즘 계속 듣고 있다.
위의 사진은 접사 테스트 겸 이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의도 겸으로 찍었다.
어떻게 부르는 게 잘 부르는 거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부르는 게 잘 부르는 거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사랑 때문에 잠 못 이룬다는 가사도 소박하고 문안한 게 맘에 든다.
특히 맘에 드는 부분은 "조용한 내방구석 작은 시계소리도
슬픈 노래처럼 들리는 걸요."
밤새 잠 못자고 시계소리 슬프게 듣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런 정황들이 잘 느껴진다.
이 노래의 미덕은 적절함이다.
가사도 보컬도 편곡도 어느 하나 오버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
그런데 그 울림은 의외로 크고 깊다.
이 노래 잘 연습했다가 자기를 힘들 게 하는 연인에게 불러주면 그 마음 조금이나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엔 멜론으로 음악 듣는다.
한달에 5천원 정도 들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원하는 대부분의 음악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불법공유의 불편감도 없고.
음악을 듣는 방식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엠피쓰리라서 음질에 한계가 있다는 것.
정말 맘에 드는 음악이 있다면 씨디를 사서 들어야겠지.
듣고 싶은 음악 너무 많아 이것저것 듣느라 한 앨범을 오래 듣지 못한다는 것이 행복한 불평이다.

20070123

자기 계발

집으로 오는 길에 온통 자기 계발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한 시간 일을 더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가해서 나를 2시간 일찍 보내 줬다. 회사에서 시간외 근무수당 주지 않으려고 하는 수작이었다. 그래도 나는 일찍 집에 간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나이든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벌써 퇴근하는 거야?"
"네."
"일찍 퇴근하면 뭘 할 거야?"
"집에 가서 잘 것 같아요. 집에 가면 졸려서요."
"젊은 사람이 집에서 잠이나 자면 되나. 자기 계발을 해야지."
뭐 꼭 자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대답하려니 그런 말을 하게 되었다. 딱히 계획이 없었다. 평소에 집에 가서도 공부를 한다거나 뭔가를 배우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은 잘 흘러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도 자기 계발이라는 말이 자꾸 생각났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고 자주 가는 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옥션에 가서 싼 중고 디카 둘러 보면서도 자기 계발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난 내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그저 하루 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하루 하루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난 자기 계발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 좀 답답하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금새 어두워진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있었는데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친구들 만나고 헤어졌는데 너네집 근처야 잠깐 보자."
"그래."
난 답답하던 차에 잘 됐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를 만나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고 여자친구네 집 근처 놀이터에 앉아서 얘기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난 자기 계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표정이 조금 어두웠나 보았다. 여자친구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물었다.
"너 무슨 안 좋은 일 있니? 얼굴이 굳어있어."
"별로 특별한 일 없었어. 그냥 아까······."
그렇게 내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네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탱탱볼을 가지고 놀다가 찬 공이 여자친구 옆으로 굴러왔다. 여자친구는 일어나서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더니 "내가 공 그 쪽으로 차줄게." 하고 공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달려가다가 오른쪽 다리를 들어 공을 찼다. 아니 차려고 했다. 여자친구는 헛발을 차서 모래만 날리고 공은 옆으로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무심결에 이렇게 외쳤다.
"자기 개발!"
여자친구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여자 친구 옆에 놓인 공으로 달려가 아이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하고선
"난 개발 아니지롱."하면서 춤까지 췄다.
"난 나를 발전시켰어."라고 말할 때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
"무슨 소리야?"
"난 자기 계발에 성공한 거야. 조금 전에 자기가 헛발질 했을 때 나는 나를 발전시켰어. 그 전까지는 내가 아무 발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그 헛발질의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 순간을 나의 발전의 계기로 삼은 거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내 삶을 긍정적오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은 거야. 내 유머감각도 더욱 향상된 거라고."
그리고 갑자기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양 어깨를 잡고 천천히 얼굴을 들이대다가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자기 개발"
여자친구는 막 웃어댔다. 여자친구를 와락 끌어안았다. 내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이 사랑스런 여자친구 덕분이었다.

20070121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

한 사내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 조금 수상해 보였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옆자리에 앉더니 "통일전망대 갑시다." 했다.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뭐하나 봤더니 갑자기 품 안에서 칼을 꺼내 위협했다. 가진 돈을 다 내놓으라 했다. 영업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것 다 줘도 상관 없었다. 그녀석에게 그런 것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일단 좀 꾸물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해 보려고 했다. 녀석이 "저기 정류장에서 차 세워." 했다.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차 세울 때까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라고만 있었는데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라고 크게 쓰여진 교통 표지판을 보았다. 흘끗 녀석을 보고 방심한 틈을 타 핸즈프리에 장착된 핸드폰을 잡아뜯어 녀석의 관자놀이에 있는 힘껏 내려쳤다. 한 손에 핸들을 잡은 채로 녀석에게 핸드폰을 내려치느라 차가 크게 흔들렸다. 휴대폰에서 손을 놓고 운전대를 양손으로 제대로 잡았다. 차를 세워서 녀석을 차 밖으로 끄집어내고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라고 쓰여진 교통 표지판이 다시 보였다. 역시 교통 표지판은 다 만들어 놓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면 운전에 집중하기 힘들어 사고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덕분에 몇 만원 지켜냈지만 반대차선에서 차라도 왔으면 사고가 나서 몇 만원 주고 마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 핸드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조금 참았다가 가까운 택시정류장에 택시를 세워놓고 휴대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하는 중에 한 손님이 타더니 "주엽역이요." 했다. 나는 "죄송한데요. 이 통화만 금방 끝내고 출발할게요." 라고 말하고 아내에게 난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통화를 끝내고 차를 출발시켰다.

 

20070115

귀찮음의 대가(대까)

꺼내기 귀찮아 김치없이 라면을 먹게 되고 그래서 영양이 불충분하게 공급되고
일찍 일어나 움직이기 귀찮아 매일 마음 졸이며 출근하고
사람들 연락하기 귀찮아 새해인사도 잘 안하고 여자친구나 겨우 만나고 지내서 극도로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씻기 귀찮아 이도 안 닦고 잘 때가 자주여서 이는 점점 썩어가고
공부하기 귀찮아 안 해서 사람이 발전 없이 항상 그 모양이고
내게 숨겨진 능력과 재능을 개발하지 않아 도무지 뭔가를 이뤄놓은 게 없고
추울 때 한 겹 더 입기 귀찮아 얼어 디지게 춥고 나서야 후회하고
취직하기 전에 연봉이나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았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집 가까운데서 일하다가 이제 후회하고 있고
이십대 후반이 다 되었는데 귀찮아서 면허 안 따서 면허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자리도 못 구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 모든 대가를 감수할 만큼 귀찮아하는 것은 정말 끝내주게 짜릿하고 도저히 멈출 수 없을만큼 황홀하고 끊을 수 없이 중독적이라는 것이다.
난 그 대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귀찮음의 쾌락을 감싸안은 것이다.
온 힘껏 껴안아서 내 안에 퍼져들어와 하나가 될 때까지.

20070108

주일 낮에 찍은 맘에 드는 눈 덮인 풍경 사진


교회 뒤 눈 덮인 풍경, originally uploaded by eunduk.

집에서 늦게 나와서 교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배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도 뛰지 않고 걸어가다가 이 눈 덮인 풍경을 찍었다. 그것도 한장은 자동 모드로 찍고 또 한장은 설경 모드로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설경모드로 찍은 게 더 맘에 들어서 다른 한 장은 지워버렸다. 예배시간에도 늦고 또 그래서 성가대에도 못 서게 되었지만 이 사진을 찍은 것은 마음에 든다.

버스를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의자에 앉지 않아서 자리는 많았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잠깐 앉았는데 역시 엉덩이가 무척 차가웠다. 그래서 엉덩이를 떼고 시린 발 때문에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잠바에 달린 모자를 쓰고 버스 정류장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무기력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았다갔다 하면서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는 게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추운데서 벌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난 요즘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가 돌아보기도 하고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교회에 도착해서 내 친구 옆에 앉았는데 그 친구도 성가대였다. 녀석은 예배에는 늦지 않았지만 성가대에 참석하려면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예배가 끝나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친구도 나도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지금 다니는 직장이 아주 힘든 것은 아니지만 월급이 너무 적고 또 더 오를 것 같지도 않고 내게 더 이상 발전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나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꿈이 없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목사님이 나랑 친구랑 얘기하는데 둘이 어서 장가가라고 하셨다. 난 그러겠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돈도 없고 하나도 준비한 것도 없고 정신적으로 내가 한 가정을 이룰 정도로 성숙한 사람인지 확신도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결혼을 꼭 하는 거라면 빨리 하고 싶었다.

걸혼도 하고 싶고 어떤 집사님이 스키장에 놀러 가자는데 그런 제안 뿌리치지 않고 내키는 데로 놀러갈 정도로 재정적인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고 내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바라는 것은 많은데 그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로서의 노력은 하는 게 없었다.

이번 주말까지 일 그만두고 새로운 일 구하는 거랑 또 목표나 꿈이나 비전 같은 것 생각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주말 전이랑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이 똑같이 고민만 하고 있다. 기도하라고 하신 하나님께 기도해야겠다. 어떻게든 하실 것이고 내가 잘못하면 바로잡아 주실 것이고, 잘 되면 좋은 거지 뭐.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책을 여자친구가 먼저 읽고 이번에 내가 받아서 두고 조금씩 읽다가 다 읽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배우자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같은 비젼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서러 도우면서 함께 살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혼자서든 둘이 함께든 꿈, 비젼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

이 글 올리고 컴퓨터를 끄고 불도 끄고 자리에 누워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꿈을 찾게 해 달라고 나를 써달라고 기도해야겠다. 너무 빨리 잠들면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거 아냐? 불 끄고 누워서 기도하겠다는 건 너무 안일하고 내게 편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게으르게 지으시고도 나를 어딘가 써 주시겠지. 하나님 덕분에 나는 걱정도 하다 말아버린다. 미안하기도 하고 또 많이 고맙다.

20070106

지금 가진 것들로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그것을 배우고 싶어.
망가진 물건이나 잊고 지내던 것들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멋진 것들을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
남들 보기엔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스스로에겐 누구에게도 부러울 것 없이 뿌듯하고 든든한 삶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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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

남 : 널 사랑해서 널 놓아주는 거야.
여 :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그런 말 하지마. 그게 말이 되니? 정말 날 사랑하면 날 안떠나면 되잖아. 차라리 내가 싫다고 그래!
남 :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그래. 사실 니가 싫어져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여자는 그때서야 사람들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헤어지기도 하는지 이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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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나무에 걸려있는 쓰레기 봉투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 찍어야만 한다.
다만 왜 이것을 찍어야 하고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한다.
요즘의 내 삶을 단번에 표현하는 것과도 같은 그런 사진이다.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왜 그러는지도 모르게 시간만 지나는 느낌을 저 사진에서 느낄 수 있다.
나만 그런 건가?
요즘 느낌을 저 사진에 우겨 넣은 건가?
난 이렇게 약간 어두운 사진이 좋더라.